'서울로 7017' 개통으로 중리단길 상권 뜨는데…또다시 불거진 '옥외 테라스' 영업규제 논란

입력 2017-06-28 17:43
서울시, 상권 활성화 한다면서 야외는 영업면적에 포함 안돼
구청 "법 근거로 단속"…민원 우려도

타지역과 형평성 논란도…잠실·명동 등 관광특구는 허용
사람 몰리는 이태원·연남동 불허…해외선 보행피해 없으면 가능


[ 박상용 기자 ]
지난 26일 오후 5시께 서울역 고가공원(서울로 7017) 인근 중림동의 한 펍. 저녁 손님 맞을 준비에 한창인 시간이지만 이 가게 종업원들은 야외 테라스에 있는 의자와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이달 들어 구청 직원들이 이 일대 음식점을 대상으로 야외 테라스 영업을 못하도록 단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주인 A씨는 “여름에 접어들면서 테라스에서 식사하겠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면서도 “테라스 영업이 불법이라 테이블을 치우고 어쩔 수 없이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샹젤리제의 노천 카페, 한국선 금지

지난달 개장한 서울로 7017 인근 가게에 대한 구청 단속이 진행되면서 ‘야외 테라스 영업’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서 야외 테라스나 루프톱(옥상)에서 술과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가게가 서울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지만 대부분 불법이다. 일부 상인들은 “서울시가 ‘서울로 7017을 통해 주변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한 만큼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단속을 담당하는 구청은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야외 테라스 영업은 식품위생법 제36조 위반이다. 식품위생법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영업 면적 내에서만 장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삼청동 등 시내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의 테라스 대부분이 불법인 셈이다. 다만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이와 별개로 지방자치단체장이 야외 영업 허가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 그러나 소음 민원이나 안전을 이유로 별도 지역을 선정하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천 카페를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도 식품위생법 제한 때문이다. 가게 주인이 야외에 임의로 설치한 테이블도 식품위생법상 영업 면적에 해당하지 않는다. 도로에 설치한 테이블과 의자는 장애물로 간주돼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는 도로법 제75조에도 위반된다.

◆야외 영업 허용 두고 형평성 논란도

서울 이태원, 연남동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루프톱 바’도 옥상이 영업 면적에 포함되지 않아 모두 불법이다. 건축법상으로도 신고 없이 고정식 지붕이나 기둥을 설치하는 것과 비닐이나 천막으로 지붕이나 벽을 옥상에 올리는 것은 금지돼 있다.

서울 시내 모든 곳에서 야외 영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관광진흥법에 따르면 자치구는 외국인이 몰리는 관광특구에 한해 직접 조례를 제정하고 일부 거리의 영업을 허가할 수 있다. 서울시의 경우 서초구 강남역 뒷골목과 송파구, 서대문구, 중구 등 네 곳이다. 송파구는 잠실 관광특구에, 중구는 지난해 다동과 명동 등 관광특구에 한해 테라스를 설치하고 영업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관광특구에만 야외 영업을 허가하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남동에서 바를 운영하는 김모씨(47)는 “연남동이나 서울로 7017 인근처럼 관광특구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몰리는 상권은 많다”며 “야외 영업을 합법화하는 대신 허가 기준을 명확하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해외에서는 보행자에게 피해가 없다면 최대한 테라스 영업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은 2.4m, 파리는 2.2m 보행 폭만 확보하면 시내 중심가에서도 테라스를 열 수 있다. 가게 주인 소유의 부지가 아니더라도 세금을 더 내면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해 영업할 수 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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