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 Fed처럼 점진적 긴축 시사…채권매입 단계 축소 '출구전략'

입력 2017-06-28 17:31
유로존 경기회복에 자신감
물가상승률 낮은게 '변수'


[ 허란 기자 ]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점진적 긴축정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유럽도 미국에 이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가동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CB는 경기부양을 위해 2015년 3월부터 2조30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을 골자로 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이런 통화정책에 힘입어 지난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6%로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기가 호전되자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은 양적완화 조기 종료를 요구해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선거에서 압승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사라진 점도 ECB의 출구찾기 환경을 조성했다. 올 연말이나 내년 중반에 ECB가 매입할 수 있는 독일 국채가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예상도 작용했다.

드라기 총재는 그동안 “연말까지 예정된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지속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지만 27일(현지시간) ECB 연례포럼에서 처음으로 ‘매파적’ 발언을 꺼냈다. 그는 “유로존의 경기 회복세가 강해졌을 때 ECB가 (완화적 통화) 정책을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는 것은 경기 과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점 역시 그의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ECB는 Fed와 비슷한 경로로 출구전략을 진행할 전망이다. Fed는 2013년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을 시사한 데 이어 2015년 12월 이후 점진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왔다.

전문가들은 ECB가 매달 600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니크레딧의 마르코 밸리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내년 상반기에 월간 채권 매입 규모를 400억유로로 축소하고, 하반기에는 200억유로까지 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는 이달 초 금리를 추가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 요소는 남아 있다. 1분기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앞지를 정도지만 물가상승률 추세는 약하다. 5월 물가상승률은 1.4%로 ECB 목표치(2%)를 상당히 밑도는 수준이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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