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카드사 대리납부' 도입 난항

입력 2017-06-27 19:58
수정 2017-06-28 05:27
세금 탈루 막겠다지만…카드사도 자영업자도 반발

국세청은 "단계적 추진"
세금 체납 많은 주점부터 우선 도입하는 방안 마련

자영업자는 '난색'
3개월에 한 번 세금 냈는데 원천징수하면 유동성 타격

카드사 "우리도 피해 크다"
세금 대신 납부해주려면 관련 인프라 비용 부담


[ 임도원 / 김순신 기자 ] 정부가 추진하는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방안에 신용카드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부가세 대리납부란 카드회사가 카드 결제액의 10%(부가세)를 떼내 국세청에 일괄 납부하는 제도다. 정부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해 세금 탈루가 많은 업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카드회사는 카드 사용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자영업자들도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줄어들 수 있어 대리납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부가세 매달 뗀다니…”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부가세 대리납부를 추진하기 위해 여신금융협회, 신용카드회사 등 카드업계 관계자들과 최근 두 차례 회의를 했다. 회의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대리납부에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우선 자영업자들이 카드 결제를 기피해 카드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기존에는 자영업자가 3개월마다 부가세를 냈는데 카드회사가 대리납부하면 매달 내게 된다”며 “자영업자들이 당장 손에 쥐는 돈이 줄고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카드 결제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회사들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또 다른 카드회사 관계자는 “카드회사가 23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의 세금을 대신 납부하게 되면 관련 인프라 확충에 얼마나 비용이 들어갈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금 결제 시 할인’ 등 탈법 영업이 확산돼 오히려 세금 탈루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재부와 업계에 따르면 세계에서 부가세 대리납부를 시행하는 국가는 에콰도르 정도다. 독일 프랑스 등 일부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중고자재 폐기물 등 몇몇 품목에 한해 대리납부 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단계적 도입하기로

정부는 부가세 탈루를 막기 위해 대리납부는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사업자가 국세청에 매출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아 탈루된 부가세는 11조7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최근 5년 동안 탈루 규모는 더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세금 탈루가 많은 업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부가세 대리납부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승희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26일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국세청은 카드 매출 비율이 높고 부가세 체납이 많은 주점업종에 우선 (대리납부 제도를) 도입하도록 기재부에 세법 개정을 건의했다”고 밝혔다. 또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카드회사의 전산시스템 개선이 필요하고 사업자는 부가세 조기징수에 따른 일시적 자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카드회사와 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카드업계, 국세청 등 관계자들과 함께 추가로 회의를 열어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다음달까지 부가세법 개정안을 마련해 올해 세법 개정안에 반영시킬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단계적으로 도입하더라도 전 업종에 적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부가세를 원천징수하는 카드회사에는 그에 합당한 비용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김순신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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