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혜훈 바른정당 새 대표
전월세 상한제, 공급 위축시켜 서민들 더 힘들게 만들 것
오두막 행복해야 궁전도 안전…서민 눈물 닦아주는 보수 될 것
유승민은 당의 소중한 자산, 서울시장 출마 적절치 않다
[ 유승호 / 박종필 기자 ]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사진)는 27일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더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 상승이 투기 수요 때문이라고 진단했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는 미국 UCLA 경제학 박사 및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으로 국회 내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단순히 투기 수요로 집값이 오른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박근혜 정부 후반기 2~3년간 돈을 풀어 부동산 경기를 띄우는 정책을 펼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와 공급 측면을 함께 봐야 하는데 정부가 검토 중인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은 공급을 위축시켜 서민들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지난 몇 년간 분양된 아파트가 많아 공급 물량이 충분하다고 하지만 대부분 지방에 몰려 있다”며 “서울은 주택 공급이 모자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노무현 정부의 재판이 될까 걱정이라고도 했다. 노무현 정부 때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 대책을 내놓았지만 오히려 집값이 급등한 것과 비슷한 일이 이번 정부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정 운영은 의지만으로는 되지 않고 역량이 있어야 한다”며 “바른정당이 정부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유능한 대안 세력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비전으로 내세운 ‘개혁적 보수’의 정책 방향을 “오두막이 행복하지 않으면 궁전도 안전하지 않다”는 말로 요약해 설명했다.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선 서민 생활이 안정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유럽 보수는 서민을 위한 복지정책 도입에 앞장섰고 사회 흐름에 발맞춰 끊임없이 변화했다”며 “한국에선 이상하게 보수가 도덕적 의무를 도외시하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세력으로 인식돼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불공정을 외면하고 취약계층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 보수는 보수가 아니다”며 “시장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장 실패로 생기는 그늘을 품고 가는 보수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안보와 관련해서도 “대한민국을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철통같이 지켜야 하지만 낡은 보수가 하는 종북몰이나 빨갱이 딱지 붙이기는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자유한국당과 합당 가능성에 대해선 “한국당은 낡은 보수이고 집권 가능성이 없다”며 ‘자강론’을 재차 강조했다.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 청산 등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통합 논의에 나설 수 있느냐는 질문엔 “보수 본진이 되겠다는 것은 (통합 논의를 하더라도) 바른정당이 주도권을 갖고 당 밖에 있는 사람들을 모셔오겠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내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출마설과 관련해선 “유 의원은 대선후보를 지낸 분으로서 당의 소중한 자산인데 서울시장 선거에 내보내기엔 적절치 않다”며 “서울시장에 걸맞은 후보를 찾아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무성 의원과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선 “오해가 있고 서운한 일이 있다면 열 번, 백 번, 천 번이라도 찾아가서 얘기하고 풀겠다”며 “김 의원을 (당내 지도급 정치인으로서) 최우선 순위에 두고 모시겠다”고 했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