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극장 없이 꾸준한 인기
예매점유율도 상위권 지켜
[ 양병훈 기자 ]
뮤지컬 ‘빨래’가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에서 4000번 공연을 기록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이 전용극장 없이 장기공연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빨래’의 성공으로 로맨틱코미디 위주이던 국내 창작 뮤지컬 주제의 지평이 넓어졌다”며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일본과 중국 공연을 하는 등 한국 뮤지컬의 수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26일 인터파크티켓의 뮤지컬 예매 점유율에 따르면 ‘빨래’는 지난달 10위, 이달 12위(26일까지)를 기록하는 등 계속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2005년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초연한 뒤 10년 넘게 이어지는 ‘장수 작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성과다.
‘빨래’는 200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공연으로 첫선을 보였다. 유명 해외 연출가나 스타 캐스팅과는 거리가 먼 ‘소극장 창작 뮤지컬’이 전적으로 관객의 ‘팬심’을 타고 흥행했다. 그동안 이 뮤지컬을 본 관객 수는 60만 명, 거쳐간 배우 수만 150여 명에 이른다. 일본과 중국 등으로의 수출도 성사시켰다. 일본에서는 2012년과 2015년 두 차례, 중국에서는 올해만 세 차례 공연했다.
‘빨래’의 강점은 관객이 작품을 보면서 ‘치유’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작품의 등장인물이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이다. 이들은 이웃끼리 위로하고 격려함으로써 계속 살아갈 힘을 얻는다. 빨래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상징적인 행위로서 의미가 있다.
통속극의 전형적인 줄거리라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대중 공연의 ABC를 잘 따랐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감각적인 노랫말, 노래와 대사·줄거리의 매끄러운 연결도 장점이다. 이유리 서울예술대 교수는 “사랑 얘기가 아니어도 관객에게 정서적 교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첫 번째 순수 창작 뮤지컬”이라고 평가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좋은 창작 뮤지컬을 제작해 장기·해외공연을 해야 수익이 한국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빨래가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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