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치매도 '스마트폰 진료'…일본, 40조엔 넘는 의료비 확 줄인다

입력 2017-06-25 19:43
도서에서 도시로…후쿠오카시, 원격진료 첫 전면 시행

환자가 질병 등 기초정보 입력하면 병원 단말기로 의사가 상담·처방
오진 줄이려 두번째 진료부터 허용

고령화로 건강보험 재정 악화…통원 줄이는 등 의료비 대폭 절감


[ 도쿄=김동욱 기자 ] 일본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원거리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찰·처방하는 온라인 원격진료를 본격 시행한다. 그동안 일본에서 원격진료는 의사가 부족한 도서(島嶼)와 산간 오지에서 주로 이용됐지만 다음달부터 규슈지역 최대 도시 후쿠오카에서 도입한다. 원격진료 서비스가 일본 전역에 안정적으로 정착되면 의료서비스 효율 향상 등으로 연간 40조엔(약 409조3600억원)이 넘는 의료비 중 상당액의 의료비 절감 효과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의사협회 합작해 만성질환 대응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원격진료를 권장하는 후생노동성 방침을 수용한 후쿠오카 지역 진료기관들이 다음달부터 만성질환을 비롯한 여러 질환을 대상으로 한 원격진료를 시행한다고 보도했다.

원격진료 관련 시스템은 후쿠오카시와 후쿠오카시 의사회, 의료법인인 홈클리닉지원회 등이 손잡고 지난 4월 마련했다. 현재 11개 의료기관이 참여해 환자가 직접 입력하는 기초 건강정보 및 질환에 대한 정밀 검토작업을 벌이고 있다. 7월부터는 환자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휴대 정보단말기와 병원 진찰실 단말기를 비디오로 연결한 온라인 진료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원격진료 시스템이 최종 구축되면 기관지 천식으로 매달 통원하는 환자의 경우 격월로 온라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병원을 오가는 빈도를 절반으로 줄이게 된다. 류머티즘과 당뇨병, 치매 등의 만성질환도 원격진료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원격진료는 의사의 대면진료 보완 차원에서 한다는 게 후쿠오카시의 입장이다. 오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온라인 진료가 초진이 아니라 2회차 진료부터 허용된 이유다.

도쿄 등 대도시 일부 병원에서 개별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한 혈압측정 및 진료를 시행하기도 했지만 후쿠오카시는 지역 의사회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온라인 진료비용 올려주기로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원격진료가 활발해지면 의료서비스 효율성 향상으로 연간 40조엔가량의 의료비 지출 증가세가 멈출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일본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만성질환 진료·처방과 관련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크다. 원격진료 활성화에 따른 의료 관련 비용 감축 효과에는 환자의 통원시간 감소와 각종 질병 조기 발견 및 악화 방지 등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원격진료 활성화를 위해 대면진료에 비해 낮은 보수체계도 손보기로 했다. 내년 봄 시행을 목표로 관련법 개정을 진행 중이다. 일본의 의료 보수체계는 환자의 내원 대면진료를 중시해 왔다. 온라인 진료는 대면진료의 절반 이하 보수만 책정했다.

건강 관련 데이터를 활용한 온라인 진료에 제값을 주는 형태로 보수체계가 바뀌면 원격진료 보급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격진료가 의료 관련 분야 신산업 발전을 촉진한다는 점도 일본 정부는 고려하고 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은 원격진료가 대기업이 참여하는 의료영리화의 전단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원격진료 도입에 부정적이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