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홍콩 차이나 시대'20주년
중국, 기념행사에 900억 투입
시진핑 참석해 분위기 띄울 예정…중국식 사회주의 홍보의 장으로
홍콩 친독립파, 반중 집회 예고
2012년 이후 경제성장률 추락…우산혁명 뒤 반중 감정 확산
중국 정부는'강온 정책'으로 대응
독립 주장엔 철저한 응징 시사…일대일로 거점 등 '당근'도 제시
1997년 7월1일 0시. 홍콩 빅토리아항 컨벤션센터에서 찰스 영국 왕세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등 세계에서 모여든 4000여 명의 인사가 영국 국기가 내려지고 중국 국기가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같은 시간 중국 인민해방군 1진 509명은 홍콩으로 진입해 홍콩 방위 임무를 개시했다.
1차 아편전쟁 직후인 1842년 체결된 난징조약에 따라 영국 식민지가 됐던 홍콩의 주권이 156년 만에 중국으로 반환돼 ‘홍콩 차이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당시 역사학자들은 ‘제국주의 시대의 종언을 알리는 20세기 최대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오는 7월1일은 홍콩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지 20주년이 되는 날이다. 중국 정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홍콩 시민들에겐 ‘그들만의 잔치’가 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성대한 반환 20주년 행사 준비
홍콩은 한때 ‘동양의 진주’로 불렸다. 동서양 문화가 융합된 가운데 경제적 번영을 구가하자 찬사를 받았다. 1997년 주권 반환 당시 많은 사람들은 홍콩이 사회주의 체제로 편입되면 이 같은 명성이 퇴색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 정부는 7월1일 예정된 홍콩 반환 20주년 행사를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서구 자본주의 체제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9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기념행사를 준비하는 이유다.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총 500여 건에 달하는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중국 관영 언론들은 최근 ‘홍콩 차이나 시대’ 20년간 홍콩이 일궈낸 사회·경제적 성과를 부각시키는 특집기사를 집중 보도하면서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을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친(親)독립파 정당인 홍콩민족당의 앤디 찬 위원장은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행사 하루 전인 오는 30일 침사추이에서 ‘홍콩 추락 20주년 애도 집회’를 열 것이라고 지난 20일 밝혔다. 이에 장샤오밍 주홍콩 중국연락판공실 주임은 “일부 친독립 우호자들 행동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중(反中) 감정 팽배한 홍콩
홍콩 사회 분위기는 홍콩 반환 10주년이었던 2007년과 많이 다르다. 당시만 해도 상당수 홍콩 시민들은 주권 반환 이후 홍콩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고 느꼈다. 주권 반환 직후 홍콩이 금융위기와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등으로 경제가 휘청일 때 중국은 자유무역협정(FTA)에 해당하는 경제긴밀화협정 체결, 홍콩 여행 자유화, 위안화 서비스 개방 등으로 지원 사격을 했다. 덕분에 홍콩 경제는 2004년 이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전까지 년 7%대 고도 성장을 지속했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한 2012년을 기점으로 홍콩의 경제성장률이 1~3%대로 급속히 추락하자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홍콩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반성과 경제 성장의 과실을 일부 친중 기득권층이 독점했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됐다.
홍콩은 전체 인구 720만 명 중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인구가 96만 명에 달해 세계에서 12번째로 불평등이 심한 지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콩 집값이 지난 10년간 세 배로 급등하는 동안 대졸 신입사원 연봉은 10여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그 결과 홍콩은 세계 주요 도시 중 내 집 마련이 가장 어려운 도시라는 불명예를 6년째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중국 정부가 7년 전 공언한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약속을 파기하자 경제 양극화에서 비롯된 홍콩 시민들 불만은 중국 정부로 향했다. 그해 9월 ‘우산혁명’으로 불린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가 벌어졌다. 주권 반환 이후 최대 규모 반중 시위였던 우산혁명은 친중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결국 실패했다.
이후 홍콩 사회는 깊은 허무주의에 빠져 있다고 홍콩 현지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말 열린 톈안먼 민주화 시위 추모 거리 행진에 9년 만에 최저 수준인 1000명이 참가한 것이나, 지난해 해외 이민 신청자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인 7600명에 달한 게
콩 시민들의 허무주의를 보여주는 단적인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中, 당근과 채찍으로 대응
중국 정부는 홍콩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중 기류에 강온 양면정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주장에 대해 “일국양제(一國兩制: 한 국가 두 체제)가 중국에 맞서는 데 이용되면 폐지할 수 있다”(왕전민 중국연락판공실 법률부장)고 경고했다.
반면 홍콩 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 다양한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상하이·선전거래소와 홍콩거래소를 연계하는 후강퉁제도와 선강퉁제도 시행으로 중국 금융시장 관문이라는 홍콩의 위상을 강화시켜줬다.
또 홍콩-광둥 협력에 관한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2020년까지 광둥성-홍콩-마카오를 첨단 제조업과 현대 서비스산업이 결합된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 클러스터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 1일 반환 20주년 기념식에서 시 주석은 홍콩을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거점 지역으로 육성하는 청사진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구상을 위해 추진할 각종 해외 인프라 건설사업에 홍콩이 법률·금융·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