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태권도팀 만난 문재인 대통령 "1991년 영광, 평창올림픽서 다시 보고싶다"

입력 2017-06-25 19:19
무주 세계태권도대회 참석, 동계올림픽 남북단일팀 제안
장웅 북한 IOC위원 "분산 개최, 좀 늦었다" 부정적


[ 정인설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 참석해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단일팀을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현무-2’ 시험 발사를 참관한 지 하루 만이다. 북한 도발에는 강력 대응하면서도 스포츠 민간 교류를 통해 남북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투트랙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WTF) 주최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 축사를 통해 “최초로 남북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다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선수단 동시 입장으로 세계인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며 “북한 응원단도 참가해 남북 화해의 전기를 마련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개막식에 참석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제태권도연맹(ITF) 소속 북한 태권도 시범단을 향해 “진심 어린 환영의 말씀을 드린다”며 “태권도에서의 성과가 평창동계올림픽으로 이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WTF와 ITF는 각각 한국과 북한이 주도적으로 발전시켜 온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단체다.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 열린 WTF 대회에서 ITF 시범단이 시범을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을 언급한 뒤 “9월 평양에서 열리는 ITF 대회에서 WTF 시범단의 답방이 성사돼 한반도 평화의 큰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방문단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개막식 전 내빈석에 도착해 예정된 동선을 벗어나 장 위원에게 다가가 환영의 인사를 건넸다. 개막식이 끝난 뒤엔 남북한 시범단원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상대적으로 쉬운 남북 민간 교류를 확대해 차근차근 북한과의 관계를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 위원은 개막식 후 열린 대회 조직위원회 주최 만찬에서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구성했을 때 남북회담을 22차례나 했고 다섯 달이나 걸렸다”며 “이게 우리 현실”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을 활용한 일부 종목 분산 개최 가능성에 대해서도 “올림픽 전문가로서 좀 늦었다”고 평가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