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모토사이클업체 한솥밥 먹나
미국 대형 모터사이클의 대명사로 불리는 할리데이비슨이 이탈리아 고성능 경주용 모터사이클업체 두카티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모토바이크업계 양대 산맥이 한솥밥을 먹게 될지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할리데이비슨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를 자문중개인으로 선임하고 두카티 인수 작업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이탈리아 볼로냐에 있는 두카티 공장을 방문했다.
두카티를 소유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그룹의 아우디는 매각 가격으로 15억유로(약 1조9090억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는 2012년 사모펀드 인베스트인더스트리얼로부터 두카티를 사들였다. 폴크스바겐그룹이 지난해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 이후 비핵심사업 매각을 진행하면서 지난 3월 두카티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두카티 인수전에는 인도 모토사이클업체 바자즈오토와 사모펀드 KKR, 베인캐피털, 페르미라 등도 뛰어든 상태다. 잠정 입찰은 다음달로 진행될 예정이다. 할리데이비슨이 가세하면서 두카티 인수전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할리데이비슨은 1903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설립됐다. 단체로 할리 모터사이클을 타는 ‘호그(hogs·할리데이비슨 오너 그룹)’ 문화는 전후시대 미국의 강한 힘과 자유, 저항정신을 상징한다. 하지만 주요 고객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화하면서 최근 성장세가 꺾였다. 지난해 판매량은 26만2221대로 2015년보다 1.6% 감소했다. 새로운 시장으로 확대하기 위해 두카티 인수전에 나섰다는게 WSJ의 분석이다.
‘모토사이클의 페라리’로 불리는 두카티는 수퍼바이크 월드 챔피언십 대회를 주름잡는 고성능 경주용 모터사이클로 명성이 높다. 1926년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에서 진공관 등 라디오 부품 제조업체로 출발했다. 영국 윌리엄 왕자와 같은 유명 인사들이 즐겨 타는 유럽 대표 브랜드다. 지난해 5만5451대를 판매하며 전년 보다 1.2% 증가세를 보였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