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팔잡고, 티 두개 꽂고, '납 퍼터' 쓰고
[ 이관우 기자 ]
악천후로 경기가 늦춰지면 연습그린이 가장 바빠진다. 해무가 자욱하게 피어올라 티오프 시간이 1시간45분가량 미뤄진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 2017’ 2라운드가 그랬다. 출전선수들은 클럽하우스가 아니라 연습그린으로 곧장 쏟아져 나와 퍼터부터 꺼내 들었다.
선수마다 개성만점인 퍼팅 연습은 진풍경이었다. 장하나(25·비씨카드)는 5m 안팎의 중거리 퍼팅을 집중 연습한 뒤 오른손으로 왼팔을 잡고 퍼팅하기 시작했다. 장하나는 “왼쪽 손목을 쓰지 않기 위해 매번 경기를 시작하기 전 하는 연습”이라며 “손목을 고정한 느낌을 찾아내 경기 내내 유지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정은(21·토니모리)은 도구를 활용했다. T자 모양의 자와 두 개의 티다. 가운데 직선이 그려져 있는 T형 자는 퍼터 헤드가 직선으로 스트로크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꽂아놓은 두 개의 티는 이 퍼터 헤드가 직각으로 통과하는지를 보여주는 가늠자다.
이정은은 “스트로크를 해보면 퍼터 페이스가 잘 통제되는지 스트로크가 앞뒤로 흔들리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습라운드가 열린 지난 21일에도 학교(한국체육대) 기말시험을 끝낸 뒤 연습그린으로 달려와 30분가량 이 연습을 했다. 지한솔(21·호반건설)은 T자형 대신 두 개의 티를 꽂아놓고 직선 퍼팅 연습에 심혈을 기울였다.
프로 11년차 박유나(30)는 퍼팅 연습을 할 때 두 개의 퍼터를 꺼내 든다. 하나는 납 테이프를 퍼터 밑바닥에 붙인 무거운 퍼터, 다른 하나는 납 테이프를 붙이지 않은 보통 퍼터다. 박유나는 이 두 개의 퍼터로 그린 빠르기를 가늠해본 뒤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박유나는 “그린이 상대적으로 느리면 무거운 퍼터를 쓰고, 빠르다고 느껴지면 가벼운 퍼터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느린 그린에서 가벼운 퍼터를 사용하면 퍼팅이 짧아진다는 경험을 활용해 자동으로 거리를 더 내주는 납 퍼터를 직접 만든 것이다. 같은 스트로크라면 좀 더 무거운 퍼터가 거리를 더 내주기 때문이다.
최유림(27), 이지현(21·문영그룹), 김보경(31·요진건설) 등은 그린에서 홀컵을 눈으로 보고 퍼팅하는 연습을 했다. 거리감을 날카롭게 하기 위해서다.
허석호 프로는 “홀컵을 곧바로 보고 퍼팅하면 왼쪽 어깨 부분의 움직임이 좋아지고 거리감을 실제 상황에 맞게 느낄 수 있다”며 “헤드업 등의 실수도 줄어들어 프로들에게 많이 권한다”고 말했다.
아일랜드CC=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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