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도 이른 무더위에 신음
캘리포니아·파리·베이징 40도 넘나들어
2100년 세계인구 75% 치명적 열파 노출
[ 박상익 기자 ]
세계 주요국에도 때 이른 무더위가 덮쳤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수은주가 섭씨 40도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금세기 말에는 세계 인구 4분의 3이 치명적인 ‘열파(熱波·heat wave)’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미국 기상청(NWS)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캘리포니아, 뉴멕시코주 등 서남부 지역은 연일 4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선 폭염으로 72세 남성과 87세 여성이 숨졌다. 지난 20일 낮 최고 기온이 48.9도로 오른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축제에 참가한 34세 남성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프랑스 파리는 한때 낮 최고 기온이 38도로 오르는 등 하루 평균 기온이 예년보다 15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밀라노도 39도까지 올라 15년 만에 폭염을 기록하기도 했다.
카밀로 모라 미국 하와이대 교수 연구진은 19일 학술지 ‘자연기후변화(NCC)’를 통해 발표한 논문에서 “세계 인구의 30%가 체온조절 능력을 넘는 치명적 기온(열파)에 연간 20일 이상 노출돼 있다”며 “지구 온난화를 방치하면 21세기 말에는 이 비율이 74%까지 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1980~2014년 36개국 164개 도시에서 발생한 열파 사망사고 1900건을 분석해 이같이 예상했다. 2003년 유럽지역 폭염 당시엔 약 2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지만 후속 조사에서는 최대 7만 명이 숨진 것으로 연구됐다. 2010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1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1995년 미 시카고에선 단 5일 만에 7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더위로 세상을 떠났다.
모라 교수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크게 줄어든다 해도 이 수치는 2100년 48%가 될 것이고 전혀 통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세계 인구 4분의 3이 열파에 따른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온도치는 습도와 관련 있어 불과 23도에 숨지는 사람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은 신체 내부의 신진대사로 인해 열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변 온도가 체온(37도)보다 높으면 몸에 쌓이는 열을 줄이기 위해 땀을 흘린다. 하지만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못해 몸에 열이 누적된다. 그 결과 장기 등의 기능 저하를 초래한다. 체온이 40도에 근접하면 모든 중요한 세포 기제가 고장 나기 시작해 의학적인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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