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 유가가 40달러 초입으로 가파르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가 약세가 불가피한 만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정유, 화학, 건설, 조선주 투자심리에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연중 최저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배럴당 전날 대비 0.21달러(0.49%) 오른 42.74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초 고점 54.45달러 대비 20% 넘게 떨어졌다.
최근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가가 공급 측면에서 불안감을 키워 유가 하락을 촉발했다. 미국 경기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수요 관련 우려도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국제 유가가 강하게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발 매수세 유입 등으로 유가가 반등했지만 여전히 미국의 생산량 증가가 이어져 상승폭은 제한됐다"며 "비잔 남다르 장가네 이란 석유장관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감산 가능성을 주장했으나 한동안 제한된 구간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결정의 핵심 변수는 결국 소비"라며 "장기간의 소비 증감 추세를 보여주는 38개국의 일간 가솔린과 디젤 소비량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률의 누적 합산치를 분석한 결과, 저유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GS,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주와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화학주 투자심리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 화학업종 지수는 2.65% 하락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약세 흐름이 이어진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기대를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는 소재, 산업재 업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철강, 화학, 정유, 건설, 조선 업종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유가가 하락하면 주요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관련 업체들 실적에 악재란 진단이다. 다만 화학기업의 경우 유가가 낮은 박스권 내에서 꾸준히 횡보할 경우 원가 하락으로 인해 스프레드(원료와 제품의 가격 차이)가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선, 건설 등 전통적인 유가 상승 수혜주 군도 유가 하락에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조선사는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개발업체들의 해양 플랜트 발주가 감소할 가능성이 커진다. 건설주에 대해서는 산유국인 중동 관련 발주 감소 요인인 만큼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달 들어 건설 업종지수는 6.17% 밀렸다.
반면 유가 하락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주에는 호재다. 올해 5월과 9월 황금연휴로 해외여행객수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유류비 감소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가 겹쳐 호실적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항공주의 경우 대표적인 유가 하락 수혜 업종으로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같은 원료가격 인하 측면에서는 유틸리티주인 한국전력에도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탈 원전 이슈' 등이 유가 하락보다 투자심리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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