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홀린 나영석·이서진…'영어' 강연 어느 정도길래

입력 2017-06-23 14:27
수정 2017-06-23 23:06

"어느 날 이우정 작가에게 물었더니 이러더군요. '여행도 싫고 다 싫다, 너무 지쳤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빗소리 들으며 부침개 먹고 만화책 보다가 원 없이 자고 싶다'고. 이 얘길 듣고 '바로 이거다' 외쳤죠."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윤식당'으로 대한민국 예능 판도를 바꾼 나영석 PD와 배우 이서진이 세계 최대 칸 광고제에서 평범함이 가진 특별한 힘을 주제로 강연했다.

두 사람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그저 놀고 먹는 내용의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소개했다.

◆ 나 PD "누구나 무위도식 원해"

23일 제일기획에 따르면 나 PD와 이서진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 나와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와 '윤식당'의 흥행 비결을 외국 청중들 앞에서 풀어 놓았다.

세계적 권위의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 국내 방송사 PD와 배우가 연사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일기획은 이번에 CJ E&M과 공동으로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나 PD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PD 중 한명"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자연스럽게 영어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1박2일'과 '꽃보다 할배' 등 여행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언젠가부터 스스로 피로를 느꼈다"며 "어느 날 나에게 10일 간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뭘 할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나 PD는 오랜 시간 함께 일해온 이우정 작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고, 이 작가는 "아무것도 안하고 시골 가서 파전 먹고 자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 PD 머릿 속에는 반짝이는 영감이 떠올랐고 결국 '삼시세끼'란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나 PD는 "과거 한국인들은 성공과 노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왔다"며 "하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성공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 늦게까지 일해서 돈을 더 버는 것 보다는 휴가를 가는 걸 원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정적 의미로 주로 쓰인 '무위도식'이란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프로그램에 앞서 시골집 월세를 알아봤는데 값이 너무 비싸 놀랐다. 나처럼 무위도식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삶, 놀고 먹는 생활에 대해 꿈꾸지만 현실에서는 이루기 어려웠던 걸 나 PD는 '삼시세끼'란 프로그램을 통해 실현시켰다.

그는 "(사람들의) 꿈과 현실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며 "'삼시세끼'를 통해 실제가 아닌 환상,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환상'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 이서진 "자연스러움이 인기 비결"

나 PD는 자신의 강연 말미 이서진을 소개하며 "그는 한국에 있는 다른 유명인들과 다르다. 정크푸드 같다"고 농담했다.

나 PD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서진은 "강하고 남성적인 연기를 주로 해온 내가 예능에서 인기를 끈 건 '자연스러움' 때문"이라며 "나 PD는 내가 프로그램에서 조화를 이루는 걸 바라지 않고 오히려 불협화음을 내주길 원했다"고 밝혔다.

불협화음을 내고 불평, 불만을 쏟아낸 자연스러운 모습이 오히려 사람들에게 재미를 줬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서진은 '삼시세끼' 등의 프로그램에서 "관심도 없어 나는, 물어보지마 "라던가 "이거 대체 왜 하는거니"라며 심드렁한 모습을 보여왔다. '국민 투덜이'란 별명이 붙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서진은 그러나 "억지로 짜맞춘 화음보다 자연스럽고 솔직한 불협화음이 더 특별한 것이 됐다"고 말했다.

나 PD와 이서진이 연사로 나선 이날 세미나는 대규모 홀에서 열렸음에도 1300명이 넘는 청중이 몰려 좌석을 꽉 채웠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한국 예능 프로그램과 PD, 배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며 "특히 나 PD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나 PD와 이서진 강연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지 나흘 만에 조회수가 10만 건을 돌파했다. 다른 세미나 영상이 보통 2000~3000건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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