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아들 잃은 천재 공학자 '행복 방정식'을 찾아내다

입력 2017-06-22 19:35
행복을 풀다
모 가댓 지음 / 강주헌 옮김 / 한국경제신문 / 484쪽 / 1만6000원

모 가댓의 행복 알고리즘…인간의 '디폴트 값'은 행복
그럼에도 불행한 까닭은 스스로 초래한 심리적 고통 때문

환상서 벗어나 진실 포용할 때 불행의 늪 벗어날 수 있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다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엔지니어가 쓴 행복 제조 매뉴얼이다.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인 구글X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 모 가댓이 큰 시련을 겪고 난 다음에 완성한 《행복을 풀다》는 행복을 공학적으로 접근한 독특한 책이다.

행복의 해법을 찾으려는 가댓이 10여 년의 노력으로 행복 방정식을 정리한 해는 2010년이다. 그는 2014년 어처구니없는 의료과실로 대학생 아들 알리를 잃고 만다. 극단적인 슬픔에 빠진 가댓의 가족이 슬픔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데 그가 만든 행복 방정식이 크게 도움이 됐다. 가댓은 아들이 자신에게 준 미션을 수행한다는 사명감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행복에 대한 저자의 기본 가정은 간단하다. 인간의 본래 모습인 ‘초기 상태(default)’는 행복이다. 흔히 설계자가 최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태로 설정돼 공장에서 갓 생산된 장치를 ‘초기 상태’라고 말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 행복한 상태로 만들어져 있다. 행복하기 위해 내일을 기다려야 할 필요도 없고, 행복을 위해 큰 성취를 이뤄야 할 필요가 없다. 행복하기 위해서 굳이 행복해야 할 이유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행복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이 툴툴대면서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6-7-5’에 해답이 들어있다. 6가지의 큰 환상을 깨뜨리고, 7가지의 맹점을 바로잡고, 5가지의 궁극적인 진실을 움켜잡으면 된다. 공학도의 행복 방정식답게 수학 공식처럼 깔끔하다. 저자의 ‘6-7-5 공식’을 효과적으로 파악하고 싶다면 책 73쪽에 있는 작은 그림을 갖고 읽어나가면 좋다. 내용을 머리에 착착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심리적 고통을 가져다주는 6가지 큰 환상은 생각, 자아, 지식, 시간, 통제, 두려움이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심리적 고통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중단시킬 수 있을까. 저자는 “눈앞에서 전개되는 삶을 진실되게 바라보고, 실제의 삶을 삶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치와 비교하면 불행해야 할 이유가 저절로 사라진다”고 말한다. 행복을 가로막는 심리적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 버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끊임없이 생각의 늪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잘못을 범한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생각을 제거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7가지 맹점은 여과, 추정, 기억, 예측, 분류, 감정, 과장이다. 이 맹점들은 우리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법에 영향을 미치며, 현실 세계를 정확히 인식하는 우리의 노력을 끊임없이 방해한다. 행복 방정식을 풀어내려는 우리의 노력에 간섭하면서 우리를 쓸데없는 고통으로 몰아넣는다.

여과는 우리가 인지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인간은 진실의 작은 조각으로 전체를 해석한다. 우리는 불행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확인해주는 신호들만 받아들이는 잘못을 자주 저지른다. 이렇게 진실 중 일부만 여과해 받아들일수록 행복 방정식에 유입되는 변수들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결국 스스로 행복하지 않음을 계속해서 강화하는 쪽으로 자신을 몰고 가는 오류를 범한다. 이런 현상은 행복학 권위자인 숀 아처의 주장과 일치한다. “여러분의 장기적인 행복에 대해서는 10%밖에 예측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90%는 외적인 세계가 아니라 여러분의 뇌가 세상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예측됩니다.” 맹점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자주 ‘그것은 진실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또 던져야 한다. 맹점들이 계속 떨어져 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항상 놓치지 말아야 할 5가지 궁극적 진실은 지금, 변화, 사랑, 죽음, 설계다. 삶이 마땅히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바라게 하지 않고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아는 데 도움을 주는 ‘진실’들이다. 저자는 “삶은 ‘지금 여기’가 전부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너무나 자주 ‘그때 그곳’에서 살기를 고집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된 내용을 읽다 보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행복에 관한 해답은 바깥에 있지 않고 당신이 모두 쥐고 있음을 가르쳐 준다. 마치 행복을 제조하는 공장의 정교한 매뉴얼을 연상시키는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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