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 엠블럼' 만든 양승춘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입력 2017-06-22 18:41
수정 2017-06-23 07:04
한국 아이덴티티 디자인 1세대


[ 구은서 기자 ] ‘88 서울올림픽 엠블럼 디자이너’ 양승춘 서울대 명예교수가 향년 77세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 측에 따르면 ‘한국 디자인계의 거목’인 양 교수가 지난 2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양 교수의 큰아들이자 서울대 미술대학 후배인 양진모 씨는 22일 “권위나 특권의식을 싫어하시던 고인의 뜻에 따라 조용하고 차분하게 식을 치렀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전통적인 ‘삼태극’ 문양을 활용해 88 서울올림픽 공식 엠블럼을 디자인했다. 엠블럼 제작 마감일을 앞두고 세수하기 위해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었다가 삼태극 문양 디자인 아이디어를 얻은 일화가 유명하다.

디자인 연구가인 김신 전 월간 ‘디자인’ 편집장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서울올림픽 엠블럼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는 한국 아이덴티티 디자인계의 1세대 디자이너”라고 추모했다.

‘학사(學士) 교수’로도 화제를 낳았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1965년 졸업한 뒤 광고업계에 뛰어든 양 교수는 300여 종, 1000여 점의 그래픽 작품을 제작했다. 대한민국 상공미술전람회 세 차례 특선 등 실력을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석·박사 학위 없이 서울대 미대 교수직에 임용됐다. 국내 최초의 종합광고기획사로 알려진 오리콤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디자인계에서는 추모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은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추모 글을 올렸다. 양 교수는 2015년 한국디자인진흥원 제4대 ‘디자이너 명예의 전당’에 헌정된 바 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