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압박 받은 중국 "북한 기관과 거래중단"…실제로 고삐 죌지는 불투명

입력 2017-06-22 17:51
미국·중국 외교안보대화

양국 '유엔 대북제재 기업과 거래 금지' 합의

중국 일단 화답은 했지만…틸러슨 "유엔결의 충실 이행"
제재대상 중국 기업 명단 넘겨…물밑거래 많아 실효성은 의문

중국, 주한미군 감축 협상 제안…백악관은 "관심 없다" 일축


[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기자 ]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기로 했다. 양국 기업이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핵·미사일 관련 물자를 북한과 불법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막고,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불법 무역자금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팡펑후이 인민해방군 총참모장과 외교안보 대화를 하고 이같이 합의했다.

◆대북제재 ‘구멍 막기’ 나섰지만

틸러슨 장관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모든 안보리 관련 해법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노력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우리는 자국 기업이 안보리 결의 대상(북한 기업 및 기관)과 사업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관건은 이행 여부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에 소극적이던 중국이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다.

틸러슨 장관이 밝힌 합의 내용은 “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약속을 지키기로 합의했다”는 게 전부다. 예상됐던 중국의 대북 원유공급 중단,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세컨더리 보이콧은 북한과 사업거래를 하는 제3국의 기업과 은행, 정부 등을 제재하는 것으로 북한과 거래가 많은 중국이 제1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는 북핵과 관련해 총 일곱 차례의 제재 결의안을 내놨다. 1993년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선언 이후 채택한 대북제재안 825호를 시작으로 지난달 2일 나온 2356호까지 도발 강도가 세질 때마다 제재 수위도 높아졌다.

안보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물자와 자금을 막는 실질적인 방안도 마련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포함한 개인 53명, 기관 46곳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문제는 북한의 최대 무역상대국 중국이 국제적 제재에 의욕을 보이지 않아 ‘구멍’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이다. 북한과 물밑 거래하는 기업들에 눈감았다.

◆美, 불법거래 中기업 명단 넘겨

중국 훙샹그룹은 2011년 이후 북한과의 불법거래를 통해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물자를 북한 측에 지원한 것이 드러나 작년 9월 미 재무부의 제재를 받았다. 지난 3월에는 중국 2위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가 미국 기술이 들어간 휴대폰과 네트워크 장비를 북한에 불법 수출한 사실이 발각돼 미 정부로부터 11억9200만달러(약 1조37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미국은 유엔 제재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과 불법거래하는 최소 30여 개의 중국 기업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14일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재대상인북한 기업 및 단체와 거래하는 중국 기업의 명단을 중국 정부에 넘겼다”며 “중국이 단속하지 않으면 미국이 하겠다”고 밝혔다.

◆“中, 북핵 동결+주한미군 감축 제안”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이번 외교안보대화 자리에서 “주한 미군을 감축하는 대가로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을 동결하는 방안에 대해 협상을 시작하자”고 미국 측에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이 지난 16일 워싱턴DC에서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고 언급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백악관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를 끌어낼 수 있더라도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적 압력을 해제하자는 어떤 제안에도 관심이 없다고 NYT는 전했다.

워싱턴=박수진/베이징=김동윤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