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3국 연합'이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낸드플래시 부문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단행된 사안인 만큼 단기적으로 SK하이닉스 투자심리에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도시바는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미·일 3국 연합'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컨소시엄에는 SK하이닉스 외에도 미국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일본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 및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했다. SK하이닉스는 독점금지법을 고려해 출자가 아닌 융자 형태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대 하락세로 장을 시작한 SK하이닉스는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 이후 재반등에 성공했다. 오후 1시35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700원(1.09%) 뛴 6만4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6만6300원까지 뛰어 사상 최고가를 재경신한 후 상승폭을 줄인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한·미·일 3국 연합'에 참여해 도시바메모리 인수에 나선 만큼의 재무적 부담은 크지 않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또한 현재 세계 4위권인 낸드플래시 부문의 시장점유율 상승이 기대되고 향후 시너지 효과가 발행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로 약 3조원이 투자될 전망이지만 올해 영업이익이 3조원에 달할 전망인 만큼 재무적 부담은 없다"며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잉여현금 투자처란 측면에서 (인수협상자로 선택되지 않은 것보다)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이 인수가의 15% 수준으로 전해졌는데, 해당분 만큼 시장점유율 상승 효과가 기대된다"며 "낸드플래시 시장 전망이 밝은 현 시점에서 이번 도시바 인수 우선협상자 선정 소식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개선 요인"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는 세계 최초 낸드플래시 개발사인 만큼 다양한 원천기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컨소시엄 참여 기업 중 유일한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아울러 당분간 반도체 산업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SK하이닉스 실적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도시바메모리의 경영진 교체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모바일 기기 관련 수요가 꾸준히 늘면서 수급이 생산업체에 유리한 현재 구도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의구심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도체 기술의 유출 방지를 이유로 일본 정부가 중국이나 대만기업을 인수협상자로 선정하지 않은 만큼, SK하이닉스도 기술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기술 접근성 여부, 향후 시장 공급 증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단기적으로는 낸드 업황이 양호한 만큼 시장에서 좋은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호실적이 기대되며 최근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5만원의 벽을 깬 데 이어 지난 14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6만원을 찍었다. 이후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총 2위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국내 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조7457억원, 2조871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71.17%, 534.07% 급증한 수치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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