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1번가 키워 '한국판 아마존' 추진
[ 김용준/정영효/유창재 기자 ]
▶마켓인사이트 6월20일 오후5시12분
SK그룹이 SK플래닛 산하 오픈마켓 11번가를 분사해 신세계나 롯데의 온라인쇼핑몰과 합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사되면 온라인쇼핑 시장의 압도적 1위가 될 전망이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SK플래닛에서 11번가를 분사해 신세계나 롯데그룹과 5 대 5 비율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고 협상에 들어갔다. 신세계의 온라인쇼핑몰인 SSG닷컴이나 롯데 온라인쇼핑몰 사업과 연합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와 롯데 중 어느 업체와 손을 잡을지는 기업가치 산정과 지분율 협상 등을 거쳐 오는 8~9월 정해질 전망이다. 이후 합작법인은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에서 추가로 투자를 유치해 몸집을 키운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쿠팡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업체와 이베이 옥션 SK플래닛 등 오픈마켓, 유통 대기업이 인터넷 쇼핑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치열한 생존 경쟁
온라인 쇼핑족이 급증하면서 e커머스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익을 내는 회사는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가 유일하다. 롯데, 현대백화점, 신세계 등 대형 유통업체마저 적자를 내고 있다. e커머스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물류와 전산에 큰돈을 쏟아부은 탓이다.
적자를 내는 것은 쿠팡 위메프 티켓몬스터 등 소셜커머스 ‘빅3’도 마찬가지다. 3개사의 지난해 적자 규모를 합치면 80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할인 쿠폰을 마구 뿌린 여파다.
11번가도 비슷하다. 지난해 11번가의 거래 규모는 7조원 안팎으로, e커머스업계 1위인 지마켓과 비슷한 수준이다. 방문자 수로 따지면 1위다. 하지만 이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의 대가로 얻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SK플래닛이 작년에 낸 적자 3600억원 중 절반가량은 11번가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SK 신세계 롯데 모두 ‘더 이상 치킨게임을 벌이면 공멸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업계 통합 가속화하나
지난해 말 기준으로 롯데가 운영하는 여러 온라인몰의 거래액을 합치면 8조원대에 이른다. 신세계의 SSG닷컴(SSG.com)은 2조원대다. 7조원 안팎인 11번가가 롯데와 하나가 되면 거래액 15조원으로 이베이코리아(12조원)를 제치고 ‘국내 최대 온라인몰’ 타이틀을 갖게 된다. SSG닷컴과 합치면 약 10조원으로 이베이코리아에 이은 ‘넘버2’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가 롯데 또는 신세계와 합친 뒤 FI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이른 시일 안에 거래 규모를 20조원 안팎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규모의 경제를 갖추면 공동 구매, 배송·마케팅 조직 효율화 등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오프라인 강자와 온라인 강자가 하나가 되면 ‘옴니 채널’을 활용한 매출 확대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11번가에서 물건을 구매한 뒤 롯데의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나 신세계 이마트에서 물건을 전달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식품부문에서 경쟁력을 지닌 신세계와 합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마트 온라인몰은 대형마트 3사 온라인 매출의 52%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업체다. 티켓몬스터, 쿠팡 등도 ‘SK+롯데·신세계’ 연합에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덩치 키워 글로벌 시장도 공략
규모를 키우고 자금력을 확충하면 중국, 동남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SK가 합작을 추진하는 이유로 꼽힌다.
SK는 지난해 중국민성투자유한공사(중민투)로부터 약 1조3000억원을 투자받기로 하고 협상을 벌였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문제가 불거지면서 투자 유치 계획이 무산됐다. 당시 SK는 중민투의 자금력뿐 아니라 중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해 투자 유치를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시장에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왔다는 뜻이다.
작년 말 취임한 서성원 SK플래닛 대표도 해외 영토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태국에서 오픈마켓인 11street(일레븐스트리트)를 연 것이 대표적이다. SK플래닛은 터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오픈마켓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준/정영효/유창재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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