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연대' 카드 꺼낸 노조…정부, 맞장구 치며 기업 압박

입력 2017-06-20 17:32
최종석의 뉴스 view

노동계, 양극화 해소 내세우지만 속내는 '대선 승리 대가' 요구
노동정책 수렁에 빠질 우려


문재인 정부 들어 노동계는 새로운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사회연대책임’이다. 지난주 양대 노총 공공부문 노조가 “성과연봉제 인센티브 1600억원을 반납해 비정규직을 위해 쓰겠다”고 한 것이나 금속노조가 20일 “사회공헌기금 2500억원을 조성하겠다”고 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공노조의 인센티브 반납은 개별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금속노조가 공언한 기금의 재원은 노조 호주머니와 상관이 없다. 회사 측과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겨 돈을 더 받으면 조합원 각자 수백만원을 내놓을 테니 사측도 그만큼 부담하라는 소리다. 통상임금 소송은 1, 2심 모두 노조 패소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노조가 승소해도 개별 근로자에게 반납을 요구할 권한은 물론 없다.

결국 사회연대책임을 내세워 ‘생색은 내고 부담은 사측에 떠넘기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대기업·유(有)노조와 중소기업·무(無)노조로 특징 지어지는 노동시장 양극화에 따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전술로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문제는 노동계의 이런 주장을 정부가 수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수용 정도가 아니라 전격 환영하는 ‘노·정(勞·政) 공조’의 모양새다.

정부는 치우치지 않는 게 좋다. 1980년대 임금 인상이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으로 이어진 ‘네덜란드병’을 치료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큰 성과를 낸 바세나르협약이 모범사례로 꼽힌다. △노조는 임금 동결 △사측은 고용 보장 △정부는 사회안전망 확충과 조세 감면을 통한 지원이 핵심이다.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도 이를 본떴다.

지금 한국에서 추진되는 ‘사회적 대화’는 바세나르협약과 배경 및 내용이 판이하다. 노동계는 비정규직 문제 등 사회양극화 해소를 추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거 승리에 기여한 데 대한 ‘채무 이행 요구’ 성격이 강하다.

노동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깊숙이 개입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동조합 노조활동 보장 △성과연봉제 폐지 등을 이미 공약에 반영했다. 이 가운데 정규직 전환, 성과연봉제 폐지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노·사·정 대화 테이블도 사측이 사실상 배제되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 사측이 빠지고 ‘노정 교섭’만 남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부는 노동계 요구를 100% 책임지는 구조가 되고, 그에 따라 각종 노동 정책 추진이 힘든 ‘정책적 채무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노동계 요구를 십분 반영한 만큼 협상에서 추가 양보를 얻어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원만한 노사관계 차질과 기업의 부담 증가, 그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로 이어질 뿐이다. 바로 작금의 노정 관계가 드리우고 있는 그늘이다.

최종석 노동전문위원 js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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