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지정 않겠다" 단언한 이재정 경기교육감과 차이
서울에만 자사고 23곳…"내년 선거에 영향 있을 것"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폐지를 주장해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의 입장이 미묘하게 달라졌다. 고교 체제를 단순화해 일반고를 활성화한다는 원칙은 변함없지만 ‘방법론’ 차이가 엿보인다. 서울에만 하나고, 대원외고 등 자사고 23곳과 외고 6곳이 몰려있는 만큼 주목된다.
조 교육감의 변화는 20일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제안’ 기자회견에서 감지됐다. 그는 오는 28일 발표 예정인 일부 자사고의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에 대해 “행정적 합리성에 맞춰 평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재평가 기준을 통과하면 자사고 자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교육감은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서 “외고보다는 자사고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뤄왔다”며 외고 폐지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정책 전반과 관련해 “교육부 장관이 정해지고 정부 방침이 나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동안과 상당히 달라진 뉘앙스다.
지난 13일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5년 주기 운영성과 평가에서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을 밝힌 후 서울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은 세부 방안에서 입장차를 드러냈다. 경기교육청은 교육감 권한인 운영성과 평가를 통한 자사고·외고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서울교육청은 중앙정부 역할론을 주문했다.
이날 조 교육감이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 중앙정부 차원에서 현행 시스템을 바꿔 자사고를 일괄 폐지하자는 얘기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 설립 등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근거 조항을 삭제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총대를 메면 교육청은 따라가겠다는 셈이다. 조 교육감이 주장한 초중등교육의 교육청 이양, 교육감 권한 확대와 모순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최근까지도 조 교육감은 강경 일변도였다. 지난달 31일 안민석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의 성공적인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귀족학교’ 비판을 받는 외고·자사고 등은 그 혜택을 거둬들여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그랬던 조 교육감이 각론에서 유연해진 것은 이해관계자 반발이 거센 데다 내년 교육감 선거까지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의 자사고가 23개교다. 재학생, 학부모뿐 아니라 자사고 진학을 준비해온 수험생 가족까지 따지면 적지 않은 표심이 걸린 문제”라고 짚었다.
이재정 교육감과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도 소재 자사고는 2개교에 불과하다. 내년 선거를 앞둔 이 교육감이 높은 수위의 자사고 폐지 발언을 던진 것 역시 그쪽이 재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서울교육청 입장에서는 당장 이달 말 영훈국제중과 서울외고·장훈고·경문고·세화여고 등 5개 학교에 대한 운영성과 재평가 결과를 발표해야 하는 상황도 부담스럽다. 이들 학교는 2015년 평가에서 ‘2년 유예’를 받아 이번에 재평가를 진행 중이다. 엄밀히 따지면 2년 전과 동질적 잣대로 평가해야 한다.
오세목 전국자사고교장협의회장(중동고 교장)은 “이번에 재평가 받는 자사고들은 교육청에 충분히 소명해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했다”며 “만약 정권교체 등 상황 변화 때문에 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 결과가 나온다면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사고 폐지라는 극단적 방법을 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전·후기로 나뉜 고입 시기를 일원화하고, 자사고 면접을 없애는 대신 100% 추첨 선발로 바꾸는 시행령 개정도 서울교육청이 구상하는 안 중 하나다. 자사고가 누리는 우수학생 선점효과를 없애 일반고와 계급장 떼고 경쟁하도록 유도한다는 취지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 폐지는 학군 및 부동산 문제까지 연결되는 사안이라 선거와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귀띔했다.
☞ 이재정과 선 그은 조희연…자사고·외고 일방 폐지 안한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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