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면 밤새 파티를 한다"…청년 괴짜들이 만든 안동 게스트하우스

입력 2017-06-20 14:31
청년이 돌아오는 경북

안동 청년 괴짜들 바름협동조합


[ 오경묵 기자 ]
경북 안동시 안동역 앞의 게스트하우스인 링커하우스에서는 매일 밤 전국에서 여행온 청년들이 모여 파티를 벌인다. 밴드공연도 열고 진지한 고민상담이 오가는 소통의 장도 마련된다. 때로는 재미있는 코스튬을 쓰고 안동도심을 행진하기도 한다. 오후 11시 이후에는 술도 못 먹고 잠을 자야 하는 여느 게스트하우스와 달리 원하면 밤새 이야기하고 노는 게 이 게스트하우스의 별난 원칙이다.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서 게스트하우스 파티를 위해 여행 오는 친구도 많다. 사표를 쓰고 온 사람에게는 근속연수 1년당 1박을 무료로 준다. 게스트하우스 파티 때는 이름과 나이 직업 출신을 묻지 않는다. 직장과 대학 등 각자 고민을 이야기하며 놀다 간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들은 전공과 출신이 각기 다른 10명의 청년괴짜다. 2015년 2월 청년들의 복합문화공간과 자립공동체를 지향하며 바름협동조합을 세웠다. 울진 상주 안동 등에서 각기 활동하던 김성원(정보통신전자공학) 임경식(디자인) 윤동희(경영학) 천필범(국제통상학) 허승규(정치외교학) 정민경(아동학) 이구호(고분자공학) 임원종(화학공학) 김창구(생명과학) 장영준(기계설계공학) 씨가 그들이다. 대표도 돌아가면서 맡고 있다.

임원종 바름협동조합 대표는 “‘지방에는 왜 청년이 없을까’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먹고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협동조합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임 대표는 “지방농촌은 제대로 된 일자리 부족, 문화결핍, 학습소외, 삶의 터전이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렸다”며 “젊은이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하면서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와 일자리를 우리 손으로 만들기 위해 뭉쳤다”고 말했다.

이들이 하는 일은 농촌의 문제만큼 다양하다. 중소기업 출신인 윤동희 전 대표는 “전공이랑 무관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목공일에 뛰어난 친구, 네트워킹에 뛰어난 친구 등 다재다능한 청년이 모여 게스트하우스 공사 등 웬만한 일은 조합원이 다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표는 “지방과 농촌 청년의 목소리를 대변할 창구가 없었다”며 “사보나 월간지·영상제작에 재능이 있는 친구들이 먼저 청년과 농촌마을 주민들의 시각,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링커매거진’이라는 격월간지를 발간하고 ‘링커TV’를 운영했다”고 소개했다. 80페이지에 달하는 링커매거진은 청년과 농촌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현장 위주로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2015년 말 안동역 앞 건물을 임차해 게스트하우스로 바꾸고 청년자립공동체의 터전으로 만들었다. 1층은 파티장, 2층은 사무실 3, 4층은 게스트하우스다. 교육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안동시민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들은 2억원을 투자해 안동대 앞 건물을 매입, 셰어하우스 사업을 확대했다. 임 대표는 “부킹닷컴이라는 사이트에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10점 만점에 9.2라는 높은 평점을 받았다”며 “시설이 크게 뛰어나지 않지만 청년들의 고민과 의사소통 파티문화를 도입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에서 일단 의식주가 해결되고 나름대로 실력있는 친구들이 모였기 때문에 모두 재미있고 보람있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경북도나 안동시의 지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안동 중앙시네마 문화의 밤, 경북 스토리클럽 운영위탁, 협동조합 실태조사 등의 용역을 맡거나 문경 가은아자개장터, 청송 창조지역사업단의 소식지나 사진집, 영상 제작 등 의미있는 일들을 하면서 수익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재미있게 일하는 그들만의 방식이다.

이들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수몰지역 주민이 모인 예끼마을의 소식지를 제작해주다 지난해 말 ‘소식지만 만들 게 아니라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어른들과 함께 사업을 해보자’ 는 제안을 받아들여 퓨전포장마차 ‘이심전심’을 개업하고 법인 지점으로 등록했다. 조합원 가운데 결혼한 2명이 마을에 정착해 운영하고 있다. 도산서원을 오가는 관광객을 위한 공간이다. 석 달에 한 번은 마을사람들과 작은 축제도 연다.

윤 전 대표는 “안동역 앞에 운영 중인 게스트하우스 숙박객과 예끼마을을 연결해 관광객도 유치하고 농산물의 브랜딩, 판로 개척, 축제 개최 등 농민과 젊은이들이 서로 힘을 합쳐 마을도 살리고 청년 일자리도 창출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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