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부동산 대책…정밀타격식 규제투기수요 정조준
'집값 과열' 40개 지역만 LTV·DTI 10%P↓, 2금융권도 동일하게 적용
잔금대출도 DTI 규제, 갚을 능력 더 꼼꼼히 봐
[ 이태명 / 이현일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19 부동산 대책’은 집값 급등 지역만 ‘정밀타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서울과 경기 광명시, 부산 기장군과 부산진구 등 전국 40곳이 대상이다. 이 지역을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묶어 놓고 각종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를 강화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밀타격식 대출규제
‘6·19 부동산 대책’의 핵심 중 하나는 LTV·DTI 규제 강화다. 당초 정부는 주택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2014년 8월 박근혜 정부 때 완화했던 LTV·DTI 한도를 일괄적으로 조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경기악화를 우려해 규제 폭과 범위를 대폭 좁혔다. LTV·DTI 규제가 새로 강화되는 곳은 서울과 경기, 부산, 세종 등 40개 지역(청약조정대상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LTV는 70%에서 60%로, DTI는 60%에서 50%로 낮아진다.
적용대상은 다음달 3일 이후 이뤄지는 신규 주택담보대출, 만기·금리 등 조건을 바꾸는 대출연장 등이다. 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 대출에도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을 이용할 때도 동일한 규제를 받는다.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종전대로 LTV 70%, DTI 60%(수도권) 한도 내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청약조정대상지역에서 대출받기가 한층 힘들어질 전망이다. 서울에 사는 연소득 7000만원의 직장인이 감정가 7억원의 아파트 구입용 대출(10년 만기, 연 3.5% 고정금리)을 받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지금은 LTV 70%, DTI 60%가 적용돼 최대 3억54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하지만 다음달부터 LTV와 DTI가 10%포인트씩 낮아지면 대출한도는 2억9500만원으로 줄어든다. 6000만원 가까이 감소한다.
정부는 이 같은 대출규제가 서민·실수요자에겐 적용되지 않도록 했다. 서민·실수요자 범위는 △부부 합산 기준으로 연소득 6000만원 이하이면서 △구입하려는 주택가격이 5억원 이하이며 △무주택 가구주여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청약조정대상지역 내 차주(借主)의 55%가량이 서민·실수요자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잔금대출도 소득여력 따진다
정부는 청약조정대상지역에 한해 아파트 집단대출 문턱도 높이기로 했다. 새 집단대출 규제는 다음달 3일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사업장부터 적용된다.
집단대출 규제는 두 가지다. 정부는 우선 이주비·중도금·잔금 등 모든 집단대출에 대한 LTV 한도를 종전 70%에서 60%로 낮추기로 했다. 또 잔금대출에 대해 DTI 50% 규제를 새로 적용하기로 했다. 시장에선 LTV 한도 축소보다 DTI 규제 적용의 파급력이 훨씬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 소득의 50%까지만 잔금대출을 받을 수 있어 소득여력이 없는 차주는 대출 받기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다.
예컨대 지금은 3억원의 중도금대출을 받은 뒤 이자만 갚다가 입주를 앞둔 시점에 원금 3억원을 그대로 잔금대출로 전환하는 게 가능하다. DTI 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달부터는 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50%를 초과하면 중도금대출 3억원을 잔금대출로 전환할 수 없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자 대부분이 중도금대출 잔액의 40%가량을 잔금대출로 전환하고 있다”며 “집단대출에 DTI 규제가 적용되면 은행들이 중도금대출 승인 때부터 소득심사를 까다롭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청약조정대상지역
정부가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주택법에 근거해 지정하는 지역이다.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 등이 대상이다. 청약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 분양권 전매금지, 1순위 청약자격 강화, 재당첨금지 등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이태명/이현일 기자 chihir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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