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SPA 3총사', 매출 1조 시대

입력 2017-06-19 17:58
수정 2017-06-20 06:58
사이즈·디자인·가격 '옷발' 살리는 3박자

"스타일 사네" 소리없는 인기…매출 껑충
성장 속도론 이미 일본 유니클로 앞질러
제품 기획부터 배송까지 2주도 안걸려
자체 유통망도 '발빠른 유행' 한몫


[ 민지혜 기자 ]
유니클로 자라 등이 장악하고 있던 제조·직매형 의류(SPA)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마트 데이즈, 이랜드 스파오, 신성통상 탑텐 등 국내 톱3 브랜드 연매출이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국내 SPA 업체들은 한국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와 빠른 디자인 변경,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외국계와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국 시장에 맞는 옷으로 승부

데이즈, 스파오, 탑텐 등 3사는 올해 의욕적으로 사업계획을 짰다. 1위에 오른 데이즈는 85개 점포에서 매출 4700억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2위인 스파오는 3500억원, 탑텐은 2200억원의 매출 목표를 정했다. 토종 SPA 3사의 매출을 합하면 1조400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수년간 대규모 투자를 통해 외국계와 경쟁할 준비를 해왔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는 매장을 공격적으로 늘렸다. 지난 2년간은 저렴한 가격과 한국인 체형에 맞는 사이즈 등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름을 알린 셈이다. 올해부터는 빠른 상품 교체와 다양한 디자인 등으로 차별화할 방침이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데이즈의 올해 목표는 충성도 높은 소비자 확보다. 2009년 이마트의 패션 자체상표(PB)를 통합해 선보인 데이즈는 2010년 남성, 여성, 유아동 의류를 모아 대형 매장 형태로 새출발했다. 전국 이마트에서 데이즈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SPA 형태의 단독 매장만 85개다. 이마트 관계자는 “국내 1위인 일본 유니클로를 꺾기 위해서는 좋은 소재와 세련된 디자인이 중요하다”며 “올해 유명 디자이너들과 다양한 협업을 통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브랜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데이즈 매출은 2009년 2002억원에서 2014년 35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엔 4680억원을 달성했다. 데이즈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라르디니와 협업하는 등 차별화된 디자인에 집중해 2023년까지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스파오는 속도, 탑텐은 싼 가격

스파오의 핵심 전략은 속도다. 제품 기획부터 매장 판매까지 신상품 교체 주기를 2주로 줄였다. 빠른 유통 시스템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100% 직매입 구조로 운영한다. 전국 주요 상권에 공격적으로 매장을 냈고 이랜드그룹이 보유한 NC백화점 등 유통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13년 1400억원이던 매출은 이듬해 42.85% 급증한 2000억원으로 올라섰다. 2014년 2400억원, 지난해 3000억원으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스파오는 중국 대만 홍콩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도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탑텐은 10~20대를 주로 공략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보다 싼 가격이 장점이다.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체 공장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를 낮출 수 있다. 직매입에 따른 유통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색상, 사이즈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어 빠르게 최신 유행 디자인을 반영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며 “지난해 문을 연 탑텐키즈 매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탑텐은 올해 키즈매장 30여 개 등 매장을 160개로 늘릴 예정이다.

외국계 넘어설까

토종 SPA 성장에도 유니클로는 여전히 1위다. 다만 매출 증가율은 국내 업체들이 앞서고 있다. 유니클로는 지난해 매출 1조1822억원을 올렸다. 2015년에 비해 5.8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스파오는 25%, 탑텐은 17.64% 늘었다. 또 국내에 들어온 글로벌 SPA 중 2위인 자라의 매출을 스파오가 거의 따라잡았고, 탑텐은 3위인 H&M 매출에 근접했다. 올해 스파오가 매출 목표 3500억원을 달성하면 자라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SPA 경쟁은 빠른 유통 시스템과 디자인, 가격 등이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일본 패스트리테일링그룹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지난 3월 “디자인에서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13일로 단축하고 주문제작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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