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다’를 쓸 자리에 ‘안절부절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직 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처럼 언젠가는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도 함께 허용될지 모른다.
지난 호에서 ‘주책’의 의미변화에 관해 살펴봤다. 간단히 요약하면 ‘주책없다’로 쓰는 말이 형태를 바꿔 ‘주책이다’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이다. 우리말에는 이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단어 본래의 뜻이 변해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진 말들이 꽤 있다. 심지어 정반대 뜻으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주로 부정어(없다, 않다, 못하다 따위)와 어울려 쓰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우연히’와 ‘우연찮게’는 비슷한 말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의 소식을 10년 만에 (우연히/우연찮게) 친구한테 들었다.” 괄호 안의 ‘우연히’ ‘우연찮게’는 형태상으로나 의미상으로나 서로 정반대인데 실제로는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상식적으로 보면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사전적으로는 ‘우연하다’는 ‘어떤 일이 뜻하지 아니하게 저절로 이뤄져 공교롭다’, ‘우연찮다’는 ‘꼭 우연한 것은 아니나 뜻하지도 아니하다’란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같은 구별은 상당히 모호해 차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용례에서도 두 말을 서로 바꿔도 돼 실제론 사람들이 이들을 구별해 쓰지 않는다. 의미변화의 한 현상이다. 어쨌거나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모두 허용되는 말이니 무엇을 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게 중요하다.
‘엉터리’의 쓰임새도 재미있다. ‘엉터리’는 본래 ‘사물이나 일의 대강의 윤곽’을 뜻하는 말이다. “1주일 만에 일이 겨우 엉터리가 잡혔다”처럼 쓰던 말이다. 그래서 이를 부정해 ‘엉터리없다’라고 하면 ‘정도나 내용이 전혀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이 된다. ‘엉터리없는 수작’ ‘엉터리없는 생각’처럼 쓴다. 그런데 이 ‘엉터리없다’에서 부정어가 생략되고 의미이동이 이뤄지면서 지금은 ‘엉터리’란 말 자체가 ‘엉터리없다’란 뜻을 갖게 됐다. 따라서 “이런 엉터리없는 일이 어디 있느냐”라고 하든지,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느냐”라고 하든지 같은 뜻이며 문법적으로 모두 허용된다.
‘안절부절못하다’가 표준어
부정어와 어울려 쓰이는 말 중에 ‘안절부절못하다’는 앞의 사례들과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다. ‘주책’과 ‘엉터리’, ‘우연찮다’가 의미변화가 완성돼 활발히 쓰이는 데 비해, ‘안절부절못하다’가 변형된 ‘안절부절하다’는 아직 비표준형이다.
마음이 초조하고 불안해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가리켜 ‘안절부절못하다’라고 한다.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못했다”처럼 쓴다.(사족을 붙이면, 이 말은 단어라 붙여 써야 한다. 자칫 ‘안절부절 못하다’ 식으로 띄어 쓰는 경우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는 ‘안절부절’도 있다. 그 뜻은 ‘안절부절못하다’와 같다. 다만 부사라 단독으로 서술어 역할을 하지 못하고 뒷말을 꾸며주는 형태로 쓰인다. 가령 “그는 조바심이 심해져 안절부절 서성거렸다”처럼 쓴다.
문제는 ‘안절부절하다’다. 사람들이 ‘안절부절못하다’를 쓸 자리에 ‘안절부절하다’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사전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주책없다/주책이다’ ‘우연하다/우연찮다’의 관계처럼 언젠가는 ‘안절부절못하다/안절부절하다’도 함께 허용될지 모른다. 다만 현재로선 ‘안절부절하다’를 쓰면 틀린 말이란 것을 기억해둬야 한다.
그러면 ‘안절부절이다’란 표현은 가능할까? “그는 거짓말이 들통날까 봐 안절부절이었다”라고 해도 된다.
이는 부사 ‘안절부절’에 서술격 조사 ‘-이다’가 결합해 서술어로 쓰인 것이다. 다만 이때는 ‘안절부절’이 통사적으로 서술어 기능을 하는 것이라 따로 ‘안절부절이다’란 단어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