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의 탈(脫)원자력 정책은 옳은 방향인가

입력 2017-06-19 09:01
문재인 정부 선거 공약에 탈(脫)원자력 발전이 포함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에 따라 시공 중인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계획을 밝혔다가 전력 전문가들의 강한 반발도 샀다. 공정률이 30%인 이 사업에는 이미 1조5200억원이 투입됐다. 지금 중단하면 보상비용까지 총 2조5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왔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된 대안 없이 원전을 포기할 경우 수요가 급증하는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다. 에너지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풍력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부족하며, 전력요금도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포기 정책은 바람직한가.

○ 찬성

“원자력 사고땐 치명적 안전한 에너지정책 필요”

탈원전 정책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안전성 때문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핵발전의 치명적인 약점이 확인됐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에너지라면 경제성이 아무리 좋아도 지속가능하기 어렵다. 과거 체르노빌 참사부터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한 번 발생했다 하면 너무나 강력하고 치명적이다. 상당수 나라가 탈핵으로 가는 배경이다. 수명이 오래된 고리 1호기 원전의 사고를 시뮬레이션 추정한 결과 피해가 수백조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만에서는 98% 완공한 원전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경제성 차원에서도 더 이상 원전이 싼 에너지가 아니라는 분석이 계속 나온다. 단순히 가동비용만으로 발전 단가를 볼 게 아니라 막대한 건설비와 폐기 비용까지 감안해야 한다. 사회적 갈등 비용이나 사용후 핵연료 처리까지도 계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태양광이나 풍력에너지의 생산 단가는 기술 혁신에 힘입어 날이 갈수록 내려가고 있다. 해상 풍력 이용도 늘어나고 있다. 도로의 소음 차단벽 같은 곳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능해진 시대다.

탈원전과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탈화력까지 함께 추진해 ‘깨끗하고 안전한 지구’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에너지가격 인상 요인이 있을 것이다. 이를 적절히 반영해 에너지절약 방안도 함께 강구해야 한다. 공약에 제시된 탈원전 프로그램대로 되면 2030년까지 전체 전력 공급 비용이 25%가량 증가할 수 있다지만 우리 경제가 이 정도는 감내해낼 수 있다.



○ 반대

“원전보다 싼 에너지 없어안정적 전력은 경제발전의 기본”

아직까지 원자력보다 비용이 싸고 안정적인 전력은 없는 게 현실이다.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에 대한 보완 방안도 다각도로 강구돼 왔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도 대용량이 되면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유지비용도 필요하다. 발전단가 계산만 할 게 아니라 태양과 바람이 없을 때를 대비해 예비발전기도 준비해야 한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이 10%를 넘으면 전력망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은 국가의 기본 인프라라는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탈원전으로 나아가는 몇몇 국가는 일조량, 풍량, 수력 등 천연 에너지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이다.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들다. 많은 국가가 원전을 유지하고 추가로 건설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한국은 앞선 건설 및 운용 기술로 아랍에미리트에 원전 수출로 23조원을 벌어들였다. 국제 원전시장에 더 진출해야 한다. 원전산업은 단순히 전력사업만이 아니라 조선 중공업 등 국제경쟁력에서 한계에 처한 고급 인력을 돌릴 수 있는 한국의 전략 산업이기도 하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 지대인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로 중심을 이동하면 전기료가 얼마나 오를지 치밀하게 계산해야 한다. 전력 수요는 급증하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요금은 폭등할 것이다. 다수 국민의 동의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 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값싸고 안정된 전력에 기반한다는 측면을 잊어선 안 된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하고 요금까지 비싸지면 한국에 투자할 요인도 줄어든다.

○ 생각하기

"경제성·기술력·안정성 다 중요…에너지정책은 장기 관점으로"

국가의 에너지정책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립, 추진해야 한다.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경제성, 기술력, 국민적 수용도까지 두루 감안해야 한다. 탈원전으로 가는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는 수력발전이 60%에 달하는 곳이다. 액화천연가스(LNG)가 싸다고 어느날 LNG발전소를 뚝딱 세울 수도 없다. 장기적 전력 수요를 정확히 계산하는 것과 함께 원전을 배제할 경우 비용(전력요금)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도 분명히 제시돼야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하다. ‘이상’만 내세우는 환경원리주의에 에너지 정책이 좌우돼서도 안 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히 국민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