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특급호텔 조식보다 푸짐한 대만 아침시장 음식들

입력 2017-06-18 15:18
'글쓰는 셰프' 박찬일의 세계음식 이야기 - 대만 음식

800원짜리 밥·국수 두 그릇 먹으면 '든든'
튀긴 꽈배기·달걀부침·호떡…다양한 음식 풍성
우육탕면·샤오룽바오 한국인에게 인기

냄새 고약하지만 중독성 있는 취두부 도전해볼만
파인애플케이크 펑리수·망고푸딩 선물로 좋아



대만 음식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광둥 등 중국 남부지역의 계절적 식생의 요인을 받아 음식이 담백한 편이다. 물론 우리 입맛에는 기름지기는 하지만, 본토인은 대만 음식을 두고 ‘담백’하다고 표현한다. 아닌 게 아니라 중국 북부의 음식과 비교하면 확실히 ‘담려(淡濾)한’ 맛이 있다. 다음으로는 좀 달다. 더운 지방은 달게 먹는 법이 흔하다. 설탕 공급이 쉬웠고, 단맛이 더운 날씨에 입맛을 유지하는 데 어느 정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라는 작지만 다양하고 풍성한 맛이 있는 대만 요리에 빠져보자.

밥과 국수 가격 800원 미만

대만 사람들은 술을 많이 먹으리라는 선입견과 달리 술 먹는 문화가 상당히 옅다. 우리처럼 저녁이면 으레 술 깔고 안주를 먹는 일이 드물다. 대만의 유명한 ‘금문(金門)고량주’를 사서 먹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원산지에서 그 술이 더 귀하다. 역시 더운 지방은 술을 잘 안 마신다는 통설이 맞다. 대만은 길거리 식당이 많다. 트여 있다. 날씨가 덥거나 온화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당에서 술을 찾으면 곧바로 이런 대답이 날아온다. “세븐일레븐!”

우리는 술 없으니 편의점에 가서 사먹으라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사가지고 와서 먹으란 뜻이다. 이른바 ‘보틀 차지’(술을 가져왔을 때 내는 돈)도 없다. 더러 술을 파는 집도 술값이 아주 싸다. 맥주를 팔 경우 자국산 대만맥주를 거의 대부분 취급한다. 딱 한 가지 브랜드다. 흥미로운 것은 맥주를 시키면 플라스틱 캐리어에 담아 내온다. 마신 빈 병도 여기에 꽂아 넣는다. 공간 활용에 좋다.

대만에서 메뉴를 보면 입이 딱 벌어진다. 값이 엄청 싸다. 특히 밥과 국수류가 그렇다. 심하게는 20대만달러(800원 미만, 현재 기준환율 1대만달러=37원대)짜리 밥과 국수도 흔하다. 물론 반찬은 없다. 시켜보면 더 놀란다. 양이 아주 적다. 두 그릇은 먹어야 요기가 된다. 대만 사람들은 자주 식사를 하는데, 이렇게 적은 양의 밥으로 가볍게 때우기도 한다. 물론 국수나 밥, 채소나 고기요리 하나, 국물 요리 하나, 모두 세 접시 정도를 먹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100대만달러 선이 된다. 그래 봐야 4000원 정도니까 음식값은 한국보다 확실히 싸다. 한국인에게 아주 인기 있는 곱창국수집에 가면, 종이 주발에 국수를 담아 주는데 양이 큰 사람은 두 그릇 이상 먹어야 한 끼가 된다. 대신 값은 엄청나게 싸다.

콩물, 튀긴 꽈배기, 달걀부침 등이 아침식사

대만의 매력은 역시 야시장이다. 국가 관광의 핵심사업으로 밀고 있을 정도다. 대만 시내 곳곳에 다양한 야시장이 성업한다. 관광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이 주 고객이다. 날씨가 덥고 겨울에도 온화하므로 야시장이 번영할 수 있었다. 대개 오픈형 식당에서 볶고 튀기고 굽고 찐 음식을 판다. ‘육해공군’이 총동원된다. 여기도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해산물은 풍부한 편이지만, 값은 꽤 나가는 편.

야시장은 미리 만들어 뒀다가 썰어 내거나 데워 내는 형태가 많다. 국수를 즉석에서 삶고 미리 끓여둔 육수를 부어준다. 야외 탁자에서 사람들은 이런 음식으로 요기하며 하루를 보낸다. 아침시장도 있는데, 시민들이 꽤 많이 몰릴 정도로 시장은 대만의 핵심 생활 반경을 이룬다.

중국은 어디든 아침 식사를 파는 집들이 많다. 대개 아침식사를 사서 해결하는 풍습 때문이다. 대만도 마찬가지. 더우장(콩물)에 류타오(튀긴 꽈배기)와 달걀부침, 부추를 넣어 지진 만두형태의 음식, 셴빙(철판에 지진 호떡) 등을 아침식사로 즐긴다. 호텔 조식을 마다하고 일부러 찾아가서 먹어볼 만한 집들이 시내에 흔하다. 줄을 서서 테이크아웃을 해가려고 몰려든 시민을 보는 것도 구경거리.

야시장에서 흥미로운 인물도 만났다. 우리 일행이 한국말을 쓰자 자신도 영등포 출신이라고 하는 요리사였다. 화교인데, 1970, 80년대에 역이주한 세대다. 한국의 화교는 산둥성 출신이 대부분인데, 한국에서 차별을 받거나 당시 대만의 경제가 좋았으므로 이주한 경우가 많았다. 흥미로운 건 이곳 대만에서도 한국에서 요리하던 스타일, 즉 산둥식 요리를 팔고 있었다. 차오마?(짬뽕), 짜장면 등이 메뉴에 올라 있어 반가웠다. 중국식 짜장면을 파는 집도 꽤 있다. 중국식은 한국 것과 달리 누런색의 장을 쓰고 캐러멜을 풀지 않아 달지 않다. 전분소스가 아니어서 소스의 양도 적다. 원조 체험으로 꼭 먹어볼 요리다.

특별한 맛의 소룡포와 취두부 맛 일품

대만 요리의 특징 중 하나는 채소를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고온 다습한 기후여서 채소 재배가 성하다. 남방계의 풍부한 채소가 시장에 가득 깔린다. 짧은 경험이지만, 뜻밖에도 고수(샹차이)를 얹어 나오는 요리는 못 봤다. 따로 요구해서 내줬을 정도. 반면, 고기 요리 등에 남방계의 강한 향신채, 즉 타이바질 같은 것들을 쓰는 집들도 있었다.

대만에 온 한국인들이 꼭 먹어보는 요리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우육탕면(뉴러우?)이다. 소고기 양지나 갈비쪽 살을 푸짐하게 넣고 간을 맞춘 국물에 면을 말아 낸다. 대만은 소고기가 비싼 곳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우리 입에 맞는 고급(?) 요리를 싸게 먹을 수 있다. 거리에서 보통 60~120대만달러 선에 판다. 또 하나는 소룡포다. 샤오룽바오라고 부르는데, 한국에도 진출해 유명한 딘타이펑이 바로 대만에서 시작된 가게다. 원조집에서 먹는 소룡포 맛은 특별하다. 소룡포는 먹는 법이 있다. 간장과 식초를 섞어 소스를 만든 뒤, 숟가락에 소룡포를 얹고, 젓가락으로 살짝 찢어 육즙을 조금 빼낸다. 안 그러면 입안을 델 수 있다. 소룡포는 생강을 토핑한 뒤 간장식초 소스에 찍어 먹는다.

대만도 우리처럼 일제강점기를 겪었다. 그래서 ‘벤토’ 문화가 있고, 초밥집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중국식 요리에 ‘와사비’ 간장 소스를 곁들여 내기도 한다. 덮밥이나 카레 같은 일본식 요리를 캐주얼하게 파는 집도 많다. 일식의 수준은 한국보다 대개 높지 않은 편.

대만에서 도전해보고 싶은 음식은 당연히 취두부다. 발효시킨 두부를 지지거나 튀기고, 죽에 넣어 먹기도 하는데 근동 특유의 고린내 같은 냄새를 풍긴다. 이런 발효 향에 어느 정도 익숙한 한국인도 쉽게 먹기 어렵다. 그러나 일단 맛을 들이면 은근히 끄는 중독성이 있다. 튀긴 것은 상대적으로 먹기가 쉬운 편이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대만은 일본어나 영어가 비교적 잘 통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유창하다. 길을 묻거나 식당에서 주문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야시장이야 물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주문할 수 있지만 말이다.

파인애플케이크와 특산차 선물로 인기

대만은 전체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경제성장도 과거와 달리 지체된 느낌. 1인당 국민소득도 1만6000달러 선으로 그만큼 물가도 낮은 편이라 여행하기 좋다. 대만의 역사는 알다시피 좀 복잡하다. 본디 원주민이 있던 섬에 15세기 이후부터 중국 대륙에서 이주민이 오기 시작했다. 또 1949년 본토에서 패퇴한 장제스 정권이 150만 명의 인구와 함께 들어오면서 대륙의 문화가 강하게 이식됐다. 수도 타이베이의 고궁박물관에 가면 명청시대의 보물들이 그득하다. 대만은 자유중국(공식 호칭 중화민국)으로 불리며, 우리와 오랫동안 교류했다. 일본 식민지를 겪은 것도 비슷하고, 반공의 교두보 국가로 기능한 비슷한 체험을 가지고 있다. 양안(兩岸)과 비무장지대(DMZ)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의 진영이 맞서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화인민공화국과 수교하면서 양국 사이가 섭섭해졌지만, 오랜 인연은 그리 쉽게 끊을 수 없는 법이다.

대만의 명물 과자로 파인애플케이크인 펑리수(鳳梨)나 망고푸딩 등이 있다. 한국인이 필수로 사서 가는 기념품이다. 가능하면 미리 시내에서 사오는 게 좋다. 귀국하는 공항 면세점에 들어서면 훨씬 비싸진다. 이밖에 진먼고량주나 대만 특산 차 종류가 기념품으로 인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