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꾸민 듯 안 꾸민 듯…이게 바로 진정한 멋이지

입력 2017-06-18 14:57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 간절기 패션
'수수함 속에서 발견한 화려함' 추구
비대칭·겹치기 기법으로 우아함·역동성 표현


[ 민지혜 기자 ] 선명한 색감과 입체적 실루엣. 올여름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마르니’가 선보인 캡슐 컬렉션의 특징이다. 봄·여름 컬렉션과 가을·겨울 컬렉션 사이에 발표하는 캡슐 컬렉션은 늦여름에 어울리는 강렬한 색감, 간절기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내놓는 게 보통이다. 마르니는 브랜드 고유의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간절기에 입기 좋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였다.

마르니의 이번 캡슐 컬렉션은 지난해 새로 부임한 프란세스코 리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작품이다. 브랜드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콘수엘로 카스틸리오니가 디자이너 자리를 물려준 것이다. 새 디자이너는 ‘꾸미지 않는 수수함 속에서 발견한 화려함’을 추구하는 브랜드 정신을 강조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기다란 겉옷, 몸매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패턴, 선명한 색감의 옷을 선보였다.

마르니 캡슐 컬렉션은 스커트, 블라우스, 드레스, 재킷, 밍크 퍼 코트 등 다양한 제품으로 구성됐다. 여러 가지 프린트와 실루엣, 음영의 변주를 보여주는 제품이다. 세심하게 디자인된 디테일, 구조적인 실루엣을 담담하게 풀어냈다는 설명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비대칭과 겹치기 기법이다. 마르니는 비대칭과 겹치기를 통해 마치 측정한 듯한 정확한 비율을 만들어내고 있다. 몸에 딱 맞는 바지 위에 겹쳐 입은 오버사이즈 드레스와 스커트는 우아한 대비를 보여준다. 또 재킷과 코트에 부착된 잠금 장식은 주름을 만들어내며 볼륨감을 강조했다. 역동적인 느낌을 주는 디자인들이다.

이번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에서 영감을 얻은 듯한 디테일이 눈에 띈다. 플리츠 주름(기계로 완성한 미세한 주름)이나 드레이핑(옷감이 흘러내리는 듯 두른 기법)과 같은 여성스럽고 로맨틱한 디테일도 더해졌다. 소재도 다양한 조합을 시도했다. 벨벳, 실크, 저지 자카드, 매킨토시(방수 원단) 등의 소재를 울과 나일론 코트로 제작했다. 고급스러운 퍼 소재로 숄을 제작하거나 패치 워크로 덧대는 시도를 했다.

이번 컬렉션에서 마르니는 다양한 색상으로 프린트를 넣었다. 프린트 자체가 역동성을 느끼게 한다. 특히 현대적 감각을 더해 디자인한 빈티지 그래픽 패턴이 눈에 띈다. 잔잔한 꽃무늬는 플리츠 주름과 함께 여성스러움을 극대화했다.

입체적 디자인도 특징으로 꼽힌다. 멀티 색상의 정사각 뱀피 클러치, 부드럽게 접히는 원형 클러치 등은 입체적 형태를 강조한 제품이다. 슬리퍼는 정사각형에서 착안해 제작했고 부티는 전체적으로 둥글게, 그러나 힐은 정사각형으로 제작했다. 구조적 디자인 자체를 강조한 것이다. 또 마르니의 스테디셀러인 트렁크백을 와인색 등 새로운 색상으로 내놨다.

1994년 첫선을 보인 마르니는 100% 이탈리아에서 생산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세련된 디자인과 독특한 패턴, 예술성을 가미한 실험적인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와 색감을 사용해 우아한 옷을 만든다는 평가다. 여성복과 남성복, 아동복, 핸드백과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향수와 선글라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국내에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본점,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아백화점 등 8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