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인프라 투자 매년 5000억달러 부족…AIIB 투자 확대는 한국기업에 기회

입력 2017-06-16 17:56
AIIB 연차총회 제주서 개최

AIIB, 작년 이후 25억달러 지원
인도, 5년간 6000억달러 사업 예정
한국, 새로운 '해외 개발 붐' 기대


[ 김대훈/오형주 기자 ]
매년 인구가 4200만 명씩 늘어나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 사업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자 확대에 발맞춰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개발 경험을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적극 전수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서 두 번째 AIIB 연차총회

AIIB의 올해 연차총회가 16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제주도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시작됐다. 주제는 ‘지속가능한 인프라 투자’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첫 연차총회가 열린 데 이어 두 번째 총회가 한국에서 개최된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했다.

정부는 이번 총회를 계기로 한국 기업의 아시아 인프라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김 부총리는 이날 진리췬 AIIB 총재와 만나 “기술력과 네트워크가 검증된 한국 기업이 AIIB 사업에 참여해 개발 효과가 높은 사업을 발굴하고 추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발도상국 지원을 위한 AIIB 별도기금에 800만달러(약 90억원)를 출연하기로 약속했다.

◆‘인프라 갭’ 해소 초점

AIIB에 따르면 아시아 인구는 매년 4200만 명가량 늘고 있다. 3년마다 일본(1억26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2050년까지 도시 거주 인구는 12억5000만 명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아시아 국가들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의 7%를 인프라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투자는 3~4%밖에 이뤄지지 않는 ‘인프라 갭’이 발생하고 있다. 매년 5000억~7000억달러가 부족하다. 요하임 본 암스버그 AIIB 부총재는 “AIIB는 아시아인들에게 충분한 전력 수도 교통 등을 제공하면서도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이중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AIIB 설립 목적도 이런 인프라 갭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AIIB가 기존 다자개발은행과 다른 점은 정부 보증 대출과 민간부문(비정부부문) 대출을 아우르는 단일 계정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AIIB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16개 인프라 프로젝트에 25억달러 규모의 융자를 지원했다. 현재 검토 단계에서 실제 투자까지 이뤄지는 비중은 4%에 불과하지만 점차 투자 속도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인프라사업에 투자

진 총재는 이날 이번 총회 주제인 ‘지속가능한 인프라’ 거버너 세미나에서 “투자 검토 과정에서 환경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AIIB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한 태양광·풍력 친환경 발전과 각국 간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전력 및 교통망 건설 사업에 주로 투자한다는 원칙을 마련했다.

패널로 참석한 AIIB 거버너들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뒤에도 기후협약 이행 및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다자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토론 좌장을 맡은 니콜라스 스턴 런던 정치경제대(LSE) 교수는 “20년간 인프라 투자 규모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며 “‘2도보다 훨씬 낮게’(산업화 이전 시기 대비 세계 평균기온 상승분)라는 파리협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AIIB 등 다자개발은행(MBD)의 자금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각국 장관들은 지속가능한 인프라 투자 현황을 설명했다.

아룬 자이틀레 인도 재무장관은 “인도에는 5년간 6000억달러의 인프라 개발사업이 예정돼 있다”며 석탄세를 부과하고 태양열 발전 비중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총회에선 아르헨티나 통가 마다가스카르 등 3개국의 추가 가입이 승인돼 AIIB 회원국은 모두 80개로 늘었다.

제주=김대훈/오형주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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