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추가 도발 안하면 북한과 조건없이 대화"

입력 2017-06-15 19:00
수정 2017-06-16 06:58
"북핵 완전 폐기·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포괄적 논의 가능"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역대 정권서 추진한 남북 간 합의, 반드시 존중돼야 할 중요한 자산"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북한에 사실상 대화를 제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6·15 남북정상회담 17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데다 미국 국민 오토 웜비어(23)가 북한에 억류된 지 17개월 만에 혼수상태로 석방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북한의 반응이 주목된다.

◆북한에 대화의 조건 제시

문 대통령은 기념식 축사를 통해 “저는 무릎을 마주하고,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기존의 남북 간 합의를 이행해나갈지 협의할 의사가 있다”며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그리고 북·미관계 정상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북한에 대화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잇단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미국 등 우방과 북한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며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함을 보여줘야 한다”(지난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입장이었다. 이날 축사에서는 ‘추가 도발 중단’이라는 조건을 제시하며 북한에 사실상 손을 내밀었다.

◆“남북 간 합의 법제화하겠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할 뜻을 이전보다 강하게 밝힌 것은 북한의 고립이 더욱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대북 제재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13일 북한에 억류됐던 웜비어가 혼수상태로 석방되면서 미국 내 여론은 더욱 악화됐다.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 정상화’를 언급한 것은 이런 이유라는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의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폭격까지 검토했던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위기를 극복하고 미국의 빌 클린턴 행정부를 설득하면서 남북관계가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주도적으로 닦았다”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예를 들며 악화된 북·미관계를 지렛대 삼아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에둘러 밝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남북 간 합의를 법제화할 것이란 의지도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으로부터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2000년 6·15 공동선언까지 그 토대 위에서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 번영을 위한 10·4 정상선언으로 발전시켜왔다”며 “남북 합의를 준수하고 법제화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역대 정권에서 추진한 남북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반드시 존중돼야 하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화답할까

문 대통령이 사실상 대화를 제안하면서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날 국가정보원은 국회에 “북한은 제재와 대화의 양립 불가, 외세 의존 중단, 6·15 선언과 10·4 선언 이행, 개성공단 폐쇄 철회 등을 전제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고 보고했다.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을 북한 관련 발언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입장에 따라 문 대통령의 의지와 달리 대북관계가 꼬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