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의 취임 일성은 "책상머리 정책 만들지 말자"

입력 2017-06-15 17:20
수정 2017-06-16 06:54
"실직·도산 공포 느껴봤나" 기재부 자성 요구한 취임사
부동산 실거래 위축없게 '맞춤형'으로 대책 마련
일자리 우수기업 찾아 직원과 간담회 갖고 격려


[ 오형주 / 임도원 기자 ]
“책상 위 정책은 만들지 맙시다. 현장에서 작동하는 정책을 만듭시다. 국민이 이해하고 감동하는 정책을 만듭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김 부총리의 취임사는 역대 기재부 장관 취임사에서 보기 드문 ‘쓴소리’로 채워졌다. 그는 “우리가 언제 실직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몸담은 조직이 도산할 것이라고 걱정해본 적이 있는가, 장사하는 분들의 어려움이나 직원들 월급 줄 것을 걱정하는 기업인의 애로를 경험해본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저부터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새 정부 경제팀은 ‘일자리 중심 선순환 경제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성장잠재력 약화 △소득 불균형 △저출산·고령화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가계 부채 등 다섯 가지로 꼽았다. 이어 경제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꾸는 ‘세 개의 축’으로 사람중심 투자,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타파하는 것도 시급하다”며 “기업인들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공정한 시장 경제의 룰 위에서 하는 기업 활동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취임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김 부총리는 “부동산 문제는 경기와도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어 세심하게 보고 있다”며 “선별적·맞춤형 대책을 만들되 실수요자 거래는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증세 여부에 대해선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재량지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정비 등을 최대한 동원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 부총리는 이날 취임식 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정보기술(IT) 기업 아이티센을 방문했다. 아이티센은 2012년 207명이었던 직원 수를 4년 만에 656명까지 늘리는 등 일자리 창출로 주목받은 기업이다. 김 부총리는 회사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 “고용시장에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실업률이 매우 높다”며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주 11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소개했다.

서울 일자리 현장 방문과 세종에서의 취임식을 마친 김 부총리는 곧장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총회가 열리는 제주로 이동해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와 면담했다.

오형주/임도원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