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안방보험 회장 체포설…글로벌 'M&A 포식자'에 무슨 일이

입력 2017-06-14 17:51
안방보험 "우샤오후이, 업무수행 못해" 퇴진 발표


[ 김동윤 기자 ]
거침없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주목받아 온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이 중국 당국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재계에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안방보험 측이 급작스럽게 우 회장 퇴진을 발표한 것이 발단이 됐다.

덩샤오핑(鄧小平)의 손녀사위인 우 회장은 중국 고위층과의 친분을 활용해 안방보험의 고속성장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중국 당국의 우 회장 조사가 사실로 드러나면 올가을 제19차 당대회에서 당 지도부 개편을 앞둔 중국 정계에 메가톤급 파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인적 이유로 업무 수행 못 해”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안방보험은 지난 13일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우샤오후이 회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됐다”며 “다른 고위 임원이 우 회장의 권한을 위임받았고, 회사는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방보험 측은 ‘개인적인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중국 당국의 조사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전 중국 유력 경제주간지 차이징이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 중국 당국이 우 회장을 연행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차이징은 관련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지 몇 시간 만에 삭제했다. 이 보도를 인용한 다른 중국 언론들의 기사도 함께 사라졌다. 그런데 기사가 게재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안방보험 측의 공식성명이 나오자 중국 당국의 조사설은 ‘루머’에서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홍콩 언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우 회장이 과거 조사 때는 당국 조사에 협조한 뒤 몇 시간 만에 귀가했지만 9일 연행된 뒤로는 아직 귀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력층 자금 해외 반출 의혹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10여 년 만에 중국 3위 보험사(자산 기준)로 올라서 중국 금융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14년 10월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 호텔인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해외에서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스트래티직호텔 동양생명 비바트보험 등을 인수한 데 이어 스타우드호텔 인수전에도 뛰어들자 안방보험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와 자금 출처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9월 “2014년 유상증자 과정에서 안방보험의 주요 주주(개인+법인)가 8곳에서 39곳으로 급증했는데, 새로운 주주로 등장한 31개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주인이 우 회장의 친인척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 4월 보도에서 “2014년 하반기 이후 안방보험은 해외 M&A에 160억달러를 쏟아부었다”며 “그 과정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혹들 때문에 올 들어 중국 금융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진행 중인 부패 척결의 칼끝이 우 회장을 겨누기 시작했다는 루머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가 규제를 회피해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5월 안방보험에 3개월간 신규 상품 판매금지 조치를 내린 것이 우 회장 조사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3일 중국 정부가 우 회장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우 회장이 실제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지, 조사받고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언론들도 우 회장이 업무를 당분간 수행할 수 없게 됐다는 안방보험 측 발표 내용만 단순 보도하고 있다.

중국 재계에서는 우 회장이 그동안 해외 M&A를 벌이는 과정에서 중국 권력층의 자금을 해외로 빼돌리는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사 조사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 회장 조사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정적(政敵)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