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아이스크림 1위…'초저온 냉동기술' 선도

입력 2017-06-13 17:33
수정 2017-06-14 05:10
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 (16) 계난경 동학식품 대표

남편 갑자기 세상 떠나며 전업주부서 2009년 대표에
100억 들여 세계최대 공장…공격경영으로 매출 급신장
직원자녀 입학선물도 챙겨, '부드러운 카리스마' 돋보여


[ 김정은 기자 ] 구슬아이스크림은 귀여운 모양과 독특한 식감으로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미니멜츠는 국내 1위 구슬아이스크림 브랜드다. 미니멜츠를 만드는 동학식품은 1997년 설립된 빙과 제조업체다. 계난경 대표는 삼남매를 키우던 주부였다. 위기는 갑자기 찾아왔고 평범하던 일상은 깨졌다. 창업자인 남편이 2009년 병세가 악화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슬픔에 잠겨 있을 겨를도 없었다. 상을 치르자마자 회사로 출근했다. 얼떨결에 대표 자리에 올랐고 모든 게 ‘전쟁’이었다. 취임 당시 60억원이던 매출은 계 대표의 공격적인 경영 덕분에 네 배 이상 증가했다. 동학식품은 최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세계 최대 구슬아이스크림 공장

처음부터 빙과류를 만든 건 아니었다. 남편은 원래 봉제완구 제조업을 했다. 1996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테마파크박람회(IAAPA)에 바람이나 쐴 겸 해서 남편을 따라갔다. 당시 처음 출품된 미니멜츠 구슬아이스크림을 본 계 대표는 ‘이거다!’ 싶었다. 그는 “남편을 설득해 미국 미니멜츠사와 계약했다”며 “이듬해인 1997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구슬아이스크림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동학식품이라는 회사도 세웠다”고 말했다.

미니멜츠 제조를 시작했을 때는 미국에서 제조법을 배워서 만드는 수준에 그쳤다. 지금은 자체 연구개발(R&D)을 통해 직접 개발한 제품까지 내놨다. 초저온 냉동고가 아니라 일반 냉동고에서도 보관 가능한 ‘미니멜츠 슬로’를 비롯해 크기를 확 키운 ‘미니멜츠 빅’ ‘구슬빙수’, 얼린 우유에 음료를 부어 먹는 ‘구슬셰이크’ ‘유기농 구슬아이스크림’ 등 다양하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홈쇼핑 등에서 판매한다. 최근엔 군부대 납품도 시작했다. 계 대표는 “롯데제과와 ‘미니멜츠 롯데’를 내놓는 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에서 벗어나 동등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며 “20년간 쌓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5년엔 1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음성에 세계 최대 규모(월생산량 300t)의 구슬아이스크림 공장을 지었다.

동학식품은 국내 초저온 냉동기술(IQF) 선두주자로 꼽힌다. 초저온에서 제품을 신속하게 냉동해 품질을 유지하고 나중에 필요한 만큼만 덜어서 쓸 수 있다. 이 기술을 채소 과일 음료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확대 적용해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가족 같은 회사

미니멜츠 구슬아이스크림은 다음달부터 일본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판매하고, 일본 패밀리마트 편의점에도 입점한다. 대만 싱가포르 홍콩 라트비아 등 1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선 곧 ‘미니멜츠 로봇 자판기’도 선보인다. 계 대표는 “요즘 인기인 인형뽑기 같은 구슬아이스크림 자동판매기”라며 “로봇이 원하는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준다”고 설명했다.

계 대표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유명하다. 임직원 80여 명에게 편지를 써 주고 자녀들의 입학 선물까지 챙긴다. 음성 공장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과 술을 마시면서 가족처럼 대한다. 그는 “처음 대표로 부임했을 때 중소기업의 낮은 월급에 놀라서 일단 급여를 40%씩 올린 뒤 ‘나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했다”며 “진심이 통했는지 직원들의 애사심이 높아졌고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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