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자재 펀드] 중국 본토 대신 홍콩·미국 증시 상장된 주식이 유리

입력 2017-06-13 17:24
수정 2017-06-13 18:11
싸늘하게 식은 후강퉁 투자…중국펀드서 올해 5000억 가까이 유출

중국 유동성 회수…섣부른 투자는 금물
라오반전기·구이저우마오타이·화둥제약
본토주식 투자한다면 내수 1등주 '주목'


[ 하헌형 기자 ] 2014년 11월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간 교차매매)이 시행되면서 한껏 달아올랐던 중국 주식 투자 열기가 3년 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 거래 대금은 2년 전보다 90% 가까이 급감했고,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도 자금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올 들어 증시 과열을 막기 위해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는 데다 중국 경제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의구심이 커지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개점휴업 들어간 후강퉁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투자자의 후강퉁 거래 대금은 41억5070만위안(약 69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5년 같은 기간 거래대금(419억978만위안)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1~5월 거래 대금(62억1735만위안)과 비교해도 30% 넘게 급감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도 자금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에서 판매 중인 159개 중국 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4889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해외주식형 펀드 중 유럽 펀드(4884억원 순유출)와 함께 자금 유출 규모가 가장 컸다.

김성준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 차장은 “중국 펀드에 넣어둔 돈을 빼 인도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올 들어 인도 펀드와 동남아 펀드에는 각각 2611억원, 107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중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관심이 줄어든 것은 올 들어 중국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은 1.76%에 불과했다. 이 기간 한국(코스피·상승률 17.53%) 미국(다우산업·7.18%) 독일(DAX30·10.74%) 인도(센섹스·17.41%) 대만(자취안·10.22%) 등 주요국 주가지수가 세계 경기 회복 기대에 힘입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中 본토 주식 투자는 신중해야”

전문가들은 경기와 기업 실적, 시중 유동성 등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세 가지 요인 가운데 시중 유동성 감소를 중국 증시 부진의 주요인으로 꼽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 들어 증시와 부동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해 두 차례 단기 금리(역레포 금리)를 올리는 동시에 시중 유동성을 회수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4월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회사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가우정지 한화자산운용 아시아에쿼티운용팀 과장은 “이런 조치들이 증시 거래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중국 개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며 “올 하반기까지 중국 정부의 유동성 규제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김성준 차장은 “중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2015년 3분기 이후 여섯 분기 만에 최대치인 6.9%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호전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여전히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한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점도 증시 발목을 잡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경제성장률 둔화와 부채 증가 등을 이유로 중국의 국가 신용도를 종전 ‘AA-’에서 ‘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본토 주식 대신 홍콩,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에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 찐링 KB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주가가 40% 넘게 오른 텐센트 알리바바 등 홍콩·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주식을 담는 펀드에 가입하는 걸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라오반전기(가전제품) 구이저우마오타이(주류) 화둥제약(의약품) 등 중국 ‘내수 1등주’를 사서 보유하는 게 좋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