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현 기자 ]
부산지역 상공계를 대표하는 제23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벌써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출마를 먼저 선언하면 조기 과열을 부추긴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선거 4~5개월 전 회장 추대 분위기가 조성되던 과거와 다른 분위기다.
차기 회장은 주력 산업인 조선·해양산업의 추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 상공계를 이끌어야 할 뿐 아니라 지역경제 전반의 위기 극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책임이 있다는 측면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2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조성제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중순 끝남에 따라 내년 2월 부산상의 의원 선거가 치러지고 이어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된다. ‘3연임 제한’ 규정으로 조 회장이 출마하지 못하기 때문에 내년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인사가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다.
출마 의사를 밝힌 기업인은 나이키 신발을 생산하는 와이씨텍의 박수관 회장(67)이다. 주(駐)부산경남 베트남명예총영사를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지방자치단체, 정부와 협력해 부산의 제2 부흥기를 이끌기 위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동반성장확산협의회를 이끄는 송정석 삼강금속 회장(69)은 “조선과 자동차, 금속업체들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2~3년 뒤면 경기가 회복되면서 새로운 성장기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불황을 이겨내고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섬유패션업체인 세정그룹 박순호 회장(71), 화학업체인 동성그룹 백정호 회장(59), 단조회사인 태웅 허용도 회장(69), 물류업체인 은산해운항공 양재생 회장(61) 등은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부산상의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일정한 ‘지분’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출마 후보자들은 기업인들과 모임을 하거나 출마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타진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회장이 누구를 지원한다더라’ ‘원로들이 누구를 밀어주기로 했다더라’ 등의 소문이 퍼지는 등 물밑 선거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의 회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상공의원(일반의원 100명, 특별의원 20명)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후보들은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업인이 상공의원으로 선출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상공계 한 인사는 “이번에는 추대가 아니라 경선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규모나 인지도뿐만 아니라 새 정부와의 관계 등 정치적 요인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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