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 아니어서 문제 없어"
vs
"시험출제 계획 알아 형평 위배"
[ 구은서 기자 ]
“교생쌤한테 과외 받을 학생 있나요?”
예비교사 홍모씨(24)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교육실습생(교생)으로 교단에 섰다. 아침 일찍부터 등교 지도를 하고 밤늦게까지 수업 준비를 하느라 개인 과외 아르바이트도 그만둬야 했다. 홍씨는 이달 초 교생실습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새로운 과외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다. 수업 경력을 강조하기 위해 교생실습을 마친 지 얼마 안 됐다는 글도 덧붙였다. 그러자 교생 때 담임을 맡았던 학생들이 속속 과외를 원한다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홍씨는 “실습기간 동안 가르친 학생 중 몇 명과 과외 시간을 조율 중”이라며 “현재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아니니 문제 될 것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범대나 교육대 교직이수예정자 등 예비교사는 4학년 학기 초 약 한 달간 교생 자격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한다.
현행법상 교생실습이 끝난 뒤 가르치던 학생에게 돈을 받고 과외 지도를 하는 건 위법이 아니다. 초·중·고등학교에 소속된 현직 교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 제3조는 ‘학교에 소속된 교원은 과외교습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 소속된 정식 교원이 아닌 실습생은 대상이 아니다. 대학교나 대학원 재학생이 개인 과외를 하는 건 별도의 교육청 신고절차도 거칠 필요가 없다.
교육부 역시 이 같은 ‘교생과외’가 이뤄져도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교원정책과 관계자는 “교생들은 현직 교사의 평가를 받는 피평가자로 학생들에 대한 평가권이 없다”며 “설사 교생실습 중이라고 해도 업무시간 외에 개인적으로 과외를 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실습이 끝났다고 해도 교생이 담당 학생을 대상으로 개인과외를 하는 건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실습 나온 교생을 직접 지도하고 있다는 교사 한모씨(49)는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교생들에게 미리 ‘이런 내용은 기말고사에 출제할 테니 특히 신경 써서 수업해 달라’고 당부하곤 한다”며 “출제 계획을 알고 있는 교생이 같은 학교 학생들을 가르친다면 일종의 ‘내부 정보 거래’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학생들은 위화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김모군(16)은 “교생 선생님과 상담도 하고 짧은 기간이지만 많이 의지했다”며 “일부 학생들이 교생실습이 끝난 뒤에 과외를 받기 시작하면서 과외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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