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투(夏鬪) 불지피는 노동계

입력 2017-06-12 18:03
민주노총 "30일 사회적 총파업"…13일부터 릴레이 집회 예고

금속노조, 청와대 앞에서 경찰 제지 없이 천막농성
민노총 "재벌개혁" 앞세워 최저임금 인상 등 요구
경제계 "대기업 압박하며 귀족노조 논란 회피"


[ 강현우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오는 30일 ‘사회적 총파업’을 벌인다. 재벌개혁,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1만원(시간당) 등을 내걸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거의 빼닮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공약인 재벌개혁을 지렛대로 경제계를 강하게 압박하려는 태세다.

1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총파업에 앞서 13일 전국 노점상대회, 14일 노정교섭 촉구·노동권 보장 결의대회, 17일 최저임금 1만원 촉구 걷기대회와 재벌개혁 촉구집회 등 릴레이식 행사를 예고하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13일 울산공장에서 전 조합원 임단협 출정식을 연다. 현대차 노조는 “촛불의 힘으로 들어선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필두로 노동자에게 (우호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회사 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등 금속노조 소속 노조들은 각 기업의 실적 부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7%대 고율 기본급 인상을 일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철폐 정책을 추진하는 만큼 사내하도급 문제를 부각시켜 임금·단체협약 교섭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금속노조 산하 동진오토텍 노조, 유성기업 노조,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등은 지난 7일 청와대 근처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서 집회를 열고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원청인 현대·기아차의 직접 고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 바로 앞에서 노조 등이 노숙농성을 위해 천막을 치는 것을 경찰이 제지하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는 오는 17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현대차그룹의 협력업체 노사관계 관여,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 직접 고용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사내하청 특별협의를 통해 노사 자율로 현대차 6000명, 기아차 1049명을 고용하기로 합의한 뒤 총 6000명 이상을 고용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시간당 1만원 달성 투쟁에 동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정규직 위주의 민주노총이 최저임금 인상을 주도하는 것은 빈곤층 근로자 생활 안정이라는 명분과 함께 자신들의 임금 인상이라는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게 기업들의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 등 국내 주요 사업장의 생산직 근로자는 여전히 대부분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

고졸 신입사원 기본급이 최저임금을 약간 넘는 수준에서 시작한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연차가 높은 근로자의 임금도 따라서 오르는 구조다.

경제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을 계기로 올해 노동계의 투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기업 생산직(금속노조), 은행원(금융노련), 교사(전국교직원노조), 공무원(전국공무원노조) 등 대기업·정규직 노조 위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 등의 책임이 대기업과 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며 ‘귀족노조’ 논란을 회피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은 최근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참여를 결정하고 고용노동부 산하 최저임금위원회 복귀도 검토하는 등 사회적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임금 인상(금속노조), 노조 합법화(전교조·전공노) 등 민주노총을 구성하는 주요 노조가 요구하는 것들이 관철되지 않으면 오히려 하투(夏鬪)가 격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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