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로 일본 택시업계 풍토 바꿔
타임지 "세계 최고 서비스 기업"
[ 김동욱 기자 ]
‘재일동포 성공신화’의 대표격이었던 일본 MK택시 창업자 유봉식(일본명 아오키 사다오) 전 회장이 지난 8일 지병인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향년 88세.
마이니치신문은 12일 택시업계의 풍운아였던 유 전 회장이 교토 시내 병원에서 영면했다고 보도했다. 유 전 회장은 1928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뒤 1943년 일본으로 건너가 교토 리쓰메이칸대 법학부를 중퇴했다.
그는 1957년 나가이(永井)석유를 인수해 주유소 사업을 하다가 1960년 10대의 택시로 미나미택시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택시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가쓰라(桂)택시를 인수했으며 1977년 미나미·가쓰라 두 택시회사를 합병하면서 이들 회사의 머리글자를 따 현재의 MK택시를 만들었다.
MK택시는 ‘택시요금엔 친절과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며 운전기사가 손님에게 인사를 하지 않으면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 일본 택시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오일쇼크 이후 택시고객 이탈이 뚜렷해지자 “손을 모아 비는 대상은 고객이지 (택시요금을 결정하는) 관청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소송 끝에 자발적 요금 인하를 쟁취했다. 소위 ‘동일지역·동일요금’ 원칙에 도전한 이 사건은 일본 택시업계에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함께 장애인 우선 승차 등의 조치를 통해 일본 택시업계의 풍토를 바꿨다는 평을 얻었다.
택시 10대로 교토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엔 택시기사들이 무단으로 지각하거나 결근하는 경우가 잦았다. 승차 거부나 교통사고도 적지 않아 유 전 회장은 운전기사들의 생활을 깊숙이 관찰하며 개선 방안에 몰두했다.
이후 모든 문제가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어려운 형편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고 사원들의 주택문제 해결에 발벗고 나섰다. 사택 근무체제를 도입하면서 주거문제가 해결된 운전기사들의 근무태도는 차차 개선돼 나갔다.
1972년 일본 교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장애인을 우선 승차하도록 나서는 운행원칙을 실천하면서 고객에 대한 친절운동이 일본 사회의 입소문을 탔다. 이렇게 쌓인 신뢰는 여성이 안심하고 탈 수 있는 택시라는 호평으로 이어졌다. MK택시의 이미지는 영어회화를 시도하는 택시기사, 전 차량의 금연, 정중한 말투, 청결한 세차 상태 등으로 굳어져갔다.
미국 타임지는 1995년 MK택시를 ‘세계 최고의 서비스 기업’으로 선정했다. 유씨의 MK택시 설립 과정 등을 다룬 이야기가 한국에서 TV 드라마로 제작돼 방송되기도 했다.
그는 2004년 고향인 남해를 찾았을 때 국위선양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