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최대 담수화사업에 필터 단독 공급
하루 30만t…100만명 갈증 해소
염분제거율 99.85% 최고 기술
사업 시작 3년만에 글로벌 입지
[ 고재연 기자 ]
LG화학이 이집트 최대 규모 해수담수화 설비에 수처리 필터를 단독 공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오만 소하르에서 25만t 규모의 수주를 한 데 이어 두 번째로 맺은 대규모 계약이다. 2014년 미국 벤처기업 나노H2O를 인수하며 수처리 필터사업에 뛰어든 LG화학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하루 100만 명분 식수 공급
LG화학은 수처리 전문기업 메티토가 이집트 엘갈라라와 포트사이드에 건설하는 30만t 규모의 해수담수화 설비에 역삼투압(RO) 필터를 단독 공급하는 업체로 선정됐다고 11일 발표했다. RO필터는 농도 차이가 있는 용액에 높은 압력을 가해 물 분자만 반투막(멘브레인)을 통과시켜 정화하는 얇은 분리막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다우케미칼, 니토덴코, 도레이케미칼 등 글로벌 화학회사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번에 건설하는 해수담수화 설비는 이집트 최대 규모다. 하루 동안 약 100만 명에게 담수를 공급할 수 있다. 수주 금액은 15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올해 하반기부터 메티토에 제품을 공급한다.
이번 수주는 ‘극한의 조건’을 이겨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엘갈라라가 있는 홍해는 세계에서 염분 농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그만큼 제품 성능이 뛰어나야 한다. 회사 측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염분 제거율(99.85%)과 우수한 에너지 절감 기술 등 주요 성능에서 경쟁사 제품을 앞섰다고 평가했다. 기술력과 수주 실적을 토대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추가 수주를 이어가 2018년 해수담수화 필터부문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산업용·가정용으로 확대
LG화학은 수처리 사업을 화학기업의 ‘미래 먹거리’라고 판단해 2014년 미국 벤처기업 나노H2O를 2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1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RO필터 시장은 지난해 1조5000억원에서 2020년 2조원 규모로 연평균 4.8% 성장할 전망이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 4월 “(수처리 사업은) 앞으로 2~3년 후 영업이익률이 10% 이상 되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15년 유상증자를 통해 나노H2O에 900억원가량을 추가 지원한 데 이어 올해 초 약 400억원을 투자해 청주공장 2호 라인을 증설했다. 산업용과 가정용 RO필터 시장에 진출하는 등 사업 확장에도 성공했다.
산업용 RO필터 시장에서는 코카콜라, 파나소닉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쇼아이바 발전소, 브라질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수처리 박람회 ‘아쿠아텍 차이나’에서는 경쟁사 대비 10% 이상 더 많은 물을 정수할 수 있는 고(高)유량 RO필터를 선보이기도 했다. 가정용 시장에서는 중국 인도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