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위 "LTE 요금까지 낮춰라"

입력 2017-06-11 17:52
수정 2017-06-12 07:09
국정위, 통신비 인하안 네 번째 '퇴짜'
시민단체 압박에 밀려…'LTE 요금제'까지 손대겠다는 국정위

목소리 높이는 시민단체
"2G·3G 기본료만 폐지는 사실상 공약 폐기하는 것"
국정위 '보편적 인하'로 선회

통신사 압박은 하는데
LTE 요금 인하 추진…선택약정 할인율 올리고 데이터 제공 확대 검토

업계 "투자여력 감소" 반발


[ 이정호 / 김채연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세대(2G) 3세대(3G) 통신 기본료 폐지는 물론 4세대인 LTE 통신요금까지 끌어내리는 보편적 통신비 인하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애초 2G, 3G 기본료를 우선 폐지하기로 한 데서 나아가 LTE 요금제까지 손질하는 쪽으로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개호 국정기획자문위 경제2분과위원장은 지난 10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통신비 인하 업무보고를 받은 뒤 “2G, 3G 기본료 폐지를 포함해 보편적 통신비 인하를 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부가 지금까지 노력한 것을 인정하지만 아직 (대책이) 미흡하다”며 “이번주 미래부와 한 번 더 협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지난달 25일과 이달 1, 6일에 이어 미래창조과학부가 네 번째 마련해온 대책에 퇴짜를 놨다. 국정기획위가 보편적 통신비 인하 쪽으로 정책기조를 바꾼 데는 시민단체들의 압박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9일 국정기획위와 만나 “4G(4세대) 요금제에도 표시만 안 돼 있을 뿐 기본료 성격의 요금이 포함돼 있다”며 “기본료 1만1000원 중에 1000원을 깎더라도 모든 가입자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공평하게 깎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위 “솔직히 우리도 걱정”

국정기획위는 시민단체 등이 “통신비 공약이 후퇴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 데 대해 상당히 신경쓰는 분위기다. 국정기획위가 7일 요금고지서에 기본료 항목이 있는 2G와 3G 요금제의 기본료를 우선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시민단체들은 “사실상 공약 폐기”라며 반발했다.

현재 기본료 폐지 대상인 2G, 3G 가입자(요금고지서에 기본료가 표시된 사용자)는 506만명이다. 전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5515만명·알뜰폰 제외)의 9.2%에 해당한다.

국정기획위의 고민도 이 대목에 있다. 이동통신 가입자 10명 중 한 명꼴로 통신비 인하 혜택을 주면 자칫 국민 실망을 키울 수 있고, 통신사 편만 들어줬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국정기획위 관계자가 “국민의 높은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지 걱정”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런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통신사들의 주장대로 4세대 이동통신(LTE) 통합요금제에 기본료 항목이 없다면 2G, 3G 기본료 폐지에 상응하는 정도의 요금 할인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국정기획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요금 공약 혜택에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며 “민간 기업의 서비스상품 가격 왜곡 등 큰 부작용을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뾰족한 해법 찾기 힘들어

5500만 이동통신 가입자 모두에게 공평한 혜택을 주는 보편적 통신비 인하 대책으로는 선택약정 할인율 인상, 데이터 제공량 확대 등 요금제 개편, 알뜰폰 지원책 강화 등이 꼽힌다. ‘20% 요금할인’으로 불리는 선택약정 할인제는 휴대폰을 살 때 단말기 공시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매달 통신요금의 20%를 할인받는 제도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과 함께 시행됐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선 할인율을 20%에서 30%까지 높여 통신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선 “할인율을 30%로 높이면 (요금 할인제로) 이용자가 쏠려 단말기 지원금 제도가 유명무실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이 통신사에 통신망 사용 대가로 지급하는 망 도매대가를 낮춰 알뜰폰의 요금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될 전망이다.

◆“5G 등 투자 여력 사라져”

통신사들은 “국정기획위가 어떤 대안을 내놓을지 감을 못 잡겠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통신 3사가 매년 5조원이 넘는 투자를 하고 있는데 이렇게 요금을 통제하면 매출 감소로 투자여력도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작년 국내 통신 3사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율은 32.6%에 불과했다. 이는 미국 50.9%(이하 각국 상위 3개 통신사 평균치), 중국 38.6%, 일본 51%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EBITDA 마진율은 EBITDA를 서비스 매출(음성·데이터 매출 등)로 나눈 비율이다. 통신사 한 임원은 “차세대 5G 통신망 구축을 놓고 세계 각국 간 경쟁이 치열한데 통신료 인하 논쟁에 휘말려 투자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정호/김채연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