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급 합성섬유업체 이탈리아 알칸타라
천연가죽 같은 합성섬유 '알칸타라', '탄소제로' 생산체제로 명품 반열
현대차 제네시스 신차에도 적용
[ 이우상 기자 ]
“명품은 남다른 가치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알칸타라가 45년의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명품 반열에 오른 비결은 유럽 최초로 탄소 중립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고기능성 섬유기업인 알칸타라 S.p.A의 안드레아 보라뇨 회장(67·사진)은 최근 이탈리아 볼로냐 아쿠르시오 궁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이탈리아 제노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한 보라뇨 회장은 1990년 알칸타라에 입사한 뒤 2004년 대표이사가 됐고 2006년 회장직에 올랐다.
알칸타라 S.p.A는 1972년 이탈리아에 설립됐다. 100년 이상 된 프라다 등 명품 브랜드에 비하면 역사가 짧지만 알칸타라가 만드는 합성섬유는 고급 천연가죽을 제치고 람보르기니 등 슈퍼카 브랜드는 물론 벤틀리 같은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의 시트 및 내장재로 사용되면서 이 분야에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내수성이 우수해 땀이나 오염에 강한 것은 물론 내열성이 뛰어나 화재 위험성이 있는 고성능 자동차 내장재로 인기다. 알칸타라의 촉감은 천연 스웨이드와 비슷하지만 공정에 따라 대리석이나 목재 느낌도 낼 수 있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S8의 후면 커버 소재로도 쓰였다.
보라뇨 회장은 “우리의 경쟁자는 천연가죽”이라며 “천연가죽만 고집하는 보수적인 소비층을 제외하고 사회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알칸타라에 갖는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알칸타라가 내세운 무기는 탄소 중립성이다. 2009년부터 생산 과정을 개선해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공정 중 발생하는 탄소를 대체연료로 바꿔 최종적으로 배출하는 탄소량을 ‘제로(0)’로 만들었다. 2011년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으로부터 유럽 최초로 인증도 받았다. 보라뇨 회장은 “탄소 중립성 실천을 계기로 브랜드 가치가 14배 높아졌다”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 상승은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1억8720만유로(약 2352억원)로 2009년 매출 6430만유로 대비 세 배 가까이 올랐다. 보라뇨 회장은 “알칸타라를 소비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미래에 도움을 준다는 만족감이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을 단순화해 탄소 배출량을 늘리면 생산량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는 있다”면서도 “고객들이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이 아니라 가치를 따지는 만큼 오히려 매출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칸타라는 3억 유로(한화 3784억원)를 투자해 2023년까지 생산량을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명품 가방의 안감 소재로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현대자동차도 제네시스에 알칸타라를 폭넓게 쓸 예정이다. 보라뇨 회장은 “한국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정보기술(IT) 제품에서도 명품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로냐=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