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 스님 '스스로를 달빛 삼다' 발간
[ 서화동 기자 ] 일본 교토 금각사의 정식 명칭은 녹원사다. 금빛 찬란한 3층 전각 때문에 원래 이름은 되레 잊혀졌다. 국보 제63호인 철원 도피안사 철불(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반대의 경우다. 얼마 전까지 칠해져 있던 금을 벗겨내니 본래의 온화한 미소가 되살아났다. 같은 금이라도 지켜야 할 때와 버려야 할 때가 있다는 얘기다.
‘글쓰는 수도승(首都僧)’으로 유명한 원철 스님(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장)이 산문집 《스스로를 달빛 삼다》(휴)를 냈다. 수도승은 수도 서울에 사는 중이라는 뜻. 책 제목은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自燈明 法燈明·자등명 법등명)’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가르침에서 따왔다. 등불을 달빛으로 바꿔 ‘자월명(自月明)’이라 했다. 수행자의 일상, 경전과 선어록에 대한 탐구, 자연의 이치와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과 촌철살인의 위트 속에 중도의 가르침이 녹아 있다.
경북 청도 운문사 비로전의 천장 한구석에는 나무로 만든 조그만 동자상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서방정토로 향하는 반야용선의 출항 시간에 지각해 밧줄을 붙잡고 간신히 쫓아가는 ‘악착동자’다. 저자는 “지각도 지각 나름”이라며 “도대체 이것은 어떤 도리인지 화두 삼아 곱씹어볼 일”이라고 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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