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째 독립영화 찍는 고봉수 감독
[ 강홍민 기자 ]
독립영화 ‘델타 보이즈’는 작년 독립영화제에서 주목받은 영화 중 하나다. ‘제17회 전주 국제 영화제(한국경쟁부문)’ 대상과 ‘제21회 인디포럼’ 올해의 관객상을 휩쓸었다. 이 영화를 제작한 감독은 불혹을 넘긴 고봉수 씨(42·사진)다. “독립영화만큼 재미있는 걸 못 찾아서 돈 안 되는 독립영화 제작을 계속한다”는 독립영화 마니아다. 그가 영화에 입문한 것은 29세 때. 남들보다 한참 늦었다. 고교 졸업 이후 공사장과 세탁소를 전전하며 생계를 유지해오다 어느 날 갑자기 영화감독이 되기로 했다.
“20대를 그냥 그렇게 살았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영화를 선택했습니다.”
영화 비전공자인 그는 촬영, 편집 등 전문 기술을 익히기 위해 영화 아카데미에 등록했다. 3개월 과정의 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자신의 첫 영화 ‘개구녕’을 제작했다. 카메라는 친구에게 빌리고, 배우는 삼촌이, 음향·촬영·조명은 본인이 직접 맡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면서 인생 2막을 경험했다.
고씨는 “미국에서 목회하시는 엄마 친구분이 잠시 한국에 오셨을 때 시간 되면 미국에 놀러오라고 해서 바로 달려갔다”고 회상했다. 거기에서 영화를 전공하는 유학생을 만났다. 그 우연을 계기로 고씨는 7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200편이 넘는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그 시간이 너무 재미있었고, 그때 적은 돈으로 짧은 시간 안에 영화를 만드는 기술이 는 것 같다”는 게 그의 회고다.
14년째 묵묵히 자신의 꿈을 지켜온 고씨에게 얼마 전부터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제작한 지 1년 만에 개봉한 영화 ‘델타 보이즈’가 관객 60만 명을 돌파했으면 하는 것이다.
“쉽진 않겠지만 ‘델타 보이즈’가 관객 60만 명을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그리고 꿈이 있다면 주성치 감독처럼 ‘고봉수 사단’을 꾸려 평생 영화만 찍는 겁니다.”
강홍민 한경매거진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