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리포트] 변두리 자치구의 변신…노원구는 '대한민국 정책 실험실'

입력 2017-06-09 19:36
수정 2017-06-12 17:02
제로에너지 주택, 자살예방 조례, 인공안개로 미세먼지 정화

국내 최초 제로에너지 주택단지
태양광·지열 활용해 에너지 생산…'온종일 에어컨' 월 전기료 5만원
121가구 8월 준공…연말께 입주

'복지 1번지' 자치구
도로청소용 살수차에 분무장치, 인공안개 만들어 미세먼지 줄여
지자체 첫 '자살예방 조례' 제정…국내 최초 대중음악 공연장도


[ 박상용 기자 ] 9일 서울 노원구 하계동 골마을근린공원 내 ‘제로에너지 실험주택’. 지상 2층, 연면적 85.17㎡ 규모의 이 주택에선 에너지 자급자족 시스템을 점검하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이 집은 실내 온도를 25도로 맞추고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어도 한 달 전기 요금이 5만원을 넘지 않는다. 같은 조건의 일반 주택 전기료(약 37만4000원)와 비교하면 10% 남짓한 수준이다. 주택 지붕과 외벽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26장에서 생산되는 전력량은 연간 5200㎾h로, 비슷한 규모의 일반 가정집에서 소비하는 전력량(3600㎾h)보다 많다.

이 집은 서울 노원구가 국내 최초로 ‘제로에너지 주거단지’를 조성하면서 사계절 기상 조건을 설정해 각종 실험을 하는 ‘인큐베이터’다.

노원구에는 ‘전국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는 정책과 사업이 많다. 대표적인 사업이 ‘제로에너지 주택’. 노원구가 처음 도입한 정책이 서울시 등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지자체들 사이에서 노원구가 ‘대한민국 정책 실험실’로 불리는 이유다.


◆건축시장 판도 바꿀 일대 전기

오는 8월이면 하계동 251의 9 1만1344㎡ 부지에는 제로에너지 주택 단지가 들어선다. 아파트형 공동주택 3개 동(106가구)과 연립주택형 공동주택 1개 동(9가구), 합벽주택형(병렬식 주택) 공동주택 2개 동(4가구), 단독주택형 공동주택(2가구) 등 총 12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제로에너지 주택 단지는 ‘패시브 공법’과 ‘액티브 기술’을 사용해 에너지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소극적인 에너지 절약을 의미하는 패시브 공법은 고성능의 단열, 창호 등 자재와 열회수 환기장치 등으로 바깥과 실내 공기를 차단해 집안의 냉·난방을 빼앗기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반대로 액티브 기술은 태양광전지판, 지열히트펌프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업계에선 제로에너지 주택이 건축시장의 일대 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엔 국내 공공 건축물에 대한 제로에너지 빌딩 설계를 의무화하고 2025년엔 모든 건축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국·유럽 등 제로에너지 주택 관련 해외시장 규모는 2020년 6000억달러(약 672조원)에서 2035년 1조4000억달러(약 1569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노원구 관계자는 “제로에너지 주택은 업계 표준모델을 개발하는 국내 최초의 테스트베드”라며 “국내 건축 소재 생산 기업들이 제로에너지 주택용 삼중 창호를 만드는 등 국내 건축시장에도 변화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노원의 발전=대한민국의 발전 ‘노발대발’

노원구의 슬로건은 ‘노발대발’이다. 노원구의 발전이 곧 대한민국의 발전이란 뜻을 담았다. 미세먼지 대책에서도 노원구는 ‘선두주자’다. 노원구는 지난 3월 전국 최초로 ‘안개형 분무노즐 장착 살수차’를 개발했다. 기존 도로 청소용 살수차량 상단에 분사노즐을 장착해 인공안개를 만들어 대기 중 미세먼지를 흡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하반기 실험을 통해 평균 25%의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원구는 자칭 ‘복지 1번지’다. 김성환 구청장이 2010년 취임과 동시에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자살예방 사업이 대표적이다. 노원구는 자체 개발한 ‘마음건강 평가’ 시스템을 통해 자살 위험군을 만들어 수시로 가정을 방문하고 연락망을 가동하는 등 중점 관리하고 있다. 2010년 10만 명당 29.3명이던 노원구 자살률을 2015년 25.5명으로 줄였다. 노원구의 자살예방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서울시가 벤치마킹해갔다.

‘강북의 문화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을 대형 공연장도 들어선다. 창동차량기지 인근 부지엔 국내 최초의 대중음악 전용 공연장인 ‘서울아레나’가 2021년 건립된다. 2만여 석 규모에 매년 200차례 이상 각종 공연이 열려 서울의 새 문화 중심지가 될 것으로 노원구는 기대하고 있다.

노원구 관계자는 “올해 안에 창동차량기지 옆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까지 확정되면 본격 개발이 시작될 것”이라며 “주변에 테마파크, 쇼핑몰 등 부대 시설을 들여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60년대 말 자취를 감춘 노면전차(트램)도 노원구에서 부활한다. 노원구는 옛 화랑대역에 조성하고 있는 철도공원에서 전시·운영할 트램을 올해 체코와 일본에서 들여온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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