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교육권한 교육청에 이양
'교육 지방자치'되면 뭐가 달라지나
지역별 교육격차 우려…교사 지위 변화 논란
목소리 커진 교육감 "20일 일제고사 중단을"
수능 자격시험화·교원성과급 폐지 등 요구도
[ 박동휘 / 김봉구 기자 ]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은 9일 교육자치 강화 의지를 밝혔다. 초·중·고교 교육 정책 권한을 교육청에 대거 이양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중앙정부가 교육 방향을 정하는 것까지 ‘간섭’이라고 언급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론’상으론 교과서 자체를 쓰지 않는 학교가 등장할 수도 있다. 해외 사립학교들처럼 교사가 필요에 따라 보조교재를 제공하는 식이다.
◆책임과 권한 명확히 해야
교육자치라는 큰 틀에 관해선 교육계 대부분이 동의한다. 2006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고, 이에 따라 2010년 교육감이 직선제로 선출되면서 교육자치의 외양은 갖춰졌다. 하지만 실질적인 자치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는 게 교육감들의 주장이다.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경기교육감)은 이날 국정기획위와의 정책간담회에서 “교육감 업무 중 92%가 국가 위임 업무”라고 말했다.
초·중등 교육 권한의 상당 부분을 교육청에 넘기겠다고 한 만큼 큰 변화가 예상된다. 예컨대 학교장 권한으로 ‘인공지능(AI)과 직업의 미래’ 같은 과목을 개설할 수도 있고, ‘국영수는 1주일에 5시간 이상’처럼 특정 과목에 대한 의무 수업시간도 지킬 필요가 없어진다. 교과서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각 학교는 교육부가 정한 범위에서 출판사가 만든 교과서를 취사선택해야 한다.
박백범 성남고 교장은 “창의 인재 양성 등 중앙정부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세부적인 것은 교육청과 학교 자율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만 해도 이공계를 강화하기 위해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이란 틀만 연방정부 차원에서 내놨을 뿐 구체안들은 각 주(州)와 학교 재량에 달려 있다.
예산, 시설, 급식, 교복 등 학교 인프라에 관한 정책 결정 과정도 달라질 전망이다. 교육 분야 전문가들은 교육부와 교육청 간 권한과 책임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아 정확한 ‘가르마’를 타는 게 선결 과제라고 지적한다. 학교 미세먼지 절감대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보건 및 환경정화에 관한 사항’은 교육감이 관장해야 할 업무로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대책 마련은 교육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목소리 커진 교육감협의회
중앙공무원인 초·중·고 교사의 지위도 논란거리다. 일각에선 교육감이 권한을 이양받으면 교사도 지방공무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원들의 대규모 반발을 불러올 사안이어서 실행될지는 미지수다.
지역별 교육 격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 교육청별로 예산과 인력 등 규모가 다르다 보니 관내 학교들 수준에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감과 학교장의 관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한다. 박 교장은 “학교는 예산을 짜거나 교칙을 하나 만들 때도 교육청에 일일이 허락을 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권한 이양은 교육감들의 포퓰리즘적 교육공약 경쟁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며 “새 정부가 밝힌 교육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에도 정면 배치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임원단은 오는 20일로 예정된 학업성취도평가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국정기획위에 요구했다. 당장은 아니어도 일제고사로 불리는 평가는 앞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각살우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했다. “경쟁 위주 서열화로 흐르는 것은 막아야 하지만 시험 자체를 없애면 학생들이 수업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교사는 잘 가르치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교육감들은 교원성과급제 조속한 폐기 및 수당화, 자율형 사립고 등의 일반고 전환(2019학년도), 고교 무상교육, 친환경 무상급식 고교로 전면 확대, 학교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을 국정기획위에 전달했다.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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