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 공격에 반박 나선 트럼프
"수사중단·충성 요구한 적 없어…대통령과의 대화 유출 처벌 가능"
미국 언론은 사법방해죄 '촉각'
수사 방해, 탄핵 사유로 충분하지만 결정적 증거 없어 시장은 '덤덤'
[ 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증언을 전면 부인하면서 ‘진실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코미 전 국장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할 만한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뉴욕증시는 반등하고 공포지수는 하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법방해죄를 적용해 탄핵할 수 있을지는 결국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손에 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공 나선 대통령 측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마크 카소위츠는 8일(현지시간) “대통령은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포함해 그 누구에 대한 수사 중단을 요구한 적이 없고, 충성을 요구한 적도 없다”며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부인했다. 이날 코미 전 국장이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플린 전 보좌관에 대한 수사 중단을 사실상 지시했고, 네 차례나 충성 맹세를 강요했다”고 폭로하자 맞대응했다.
카소위츠 변호사는 오히려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드디어 확인됐다”고 반겼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러시아 의혹과 관련한)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말해줬다”고 한 코미 전 국장의 발언 내용을 역이용한 것이다. 더 나아가 “코미 전 국장이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언론에 불법 유출했다”며 “이게 수사 대상이 될지 관련 당국이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그는 보수단체인 ‘믿음과 자유연맹’이 주최한 워싱턴 행사에 참석해 코미 증언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대신 연설에서 “옳은 일을 하는 데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우리는 싸워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공은 특검으로 넘어가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 의혹 수사를 방해한’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웠다.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과 관련한 유착 의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사법방해는 중범죄로 근거만 있다면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의 언행을 사법방해로 볼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로라 도노휴 조지타운대 교수는 “대통령이 FBI 국장을 해임할 권한은 있지만 그게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관련 조사를 중단시키기 위해서였다면 범죄행위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스티브 블라덱 텍사스대 로스쿨 교수는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코미가 사법방해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코미 전 국장은 ‘대통령이 사법방해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특검이 판단할 몫”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공은 뮬러 특별검사의 손으로 넘어갔다.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를 판명할 결정적 증거가 필요해진 상황이다.
◆시장은 일단 안정 모드
미 금융시장은 이날 청문회 증언에서 탄핵을 이끌 만한 스모킹건이 나오지 않았다는 분석 속에 강보합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성장 정책에 대한 기대가 살아나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약해졌다.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8.84포인트(0.04%) 상승한 21,182.53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0.65포인트(0.03%) 오른 2,433.79,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4.38포인트(0.39%) 상승한 6,321.76을 기록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는 10.16으로 2.21% 떨어졌다. 안전자산인 금 선물가격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0.29% 하락했다. 니감 아로라 마켓워치 칼럼니스트는 “시장의 자금 흐름과 금 선물가격, 공포지수 등을 감안할 때 트럼프 탄핵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