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비관 엇갈리는 미국 증시
[ 이상은 기자 ]
주요국 증시를 중심으로 자산시장 랠리가 이어지면서 거품을 경계하는 비관론과 상승세가 좀 더 갈 수 있다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 증시는 2009년 3월 이후 최근의 고점과 비교해 20%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사상 두 번째로 긴 상승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시타델을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켄 그리핀은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방송 CNBC의 ‘파워런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에 비춰볼 때 우리는 아직 비즈니스 순환 주기의 끝에 다다르지 않았다”며 “이 주기가 끝날 때까지 좀 더 갈 수 있으며 증시도 더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핀은 경기순환이 길어진 원인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꼽았다. 그는 “(상승기의) 끝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지만 엄청난 양의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함께 가고 있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음 번 경기 침체 때 쓸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된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는 같은 날 미국 뉴욕에서 열린 블룸버그통신 행사에 참석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장 리스크가 가장 커진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이 가격 상승 여지가 크지 않은 자산에 너무 높은 값을 치르고 있다”며 “이들은 싼값에 사서 비싸게 파는 (전통적인) 전략 대신, 비싸게 산 다음에 행운을 바라는 중”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그로스는 곧 거품이 꺼질 테니 자산을 내다 팔라고 조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투자를 유지하고, 투자기한이 정해진 펀드에 돈을 넣는 방법을 고려하라고 권했다. 또 자신은 정기적 수익을 얻고 투자를 다변화하기 위해 상장지수펀드(ETF)에 자산의 2~3%를 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