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15곳 분석…제조업 평균 8.5%의 절반
SPC삼립, 비정규직 '제로'…오뚜기는 단 36명 뿐
업계 1위 CJ제일제당 1.99%…롯데칠성 1년 만에 15%→7%로
근속연수 평균 8.8년
고객 직접 응대…열정·로열티 절실
보안·위생 위해 고용안정 필수…전체 효율성 따져도 정규직이 유리
[ 김보라 기자 ]
오뚜기는 ‘갓뚜기’로 불린다. 창업자의 각종 선행과 2015년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1800명의 시식 사원까지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한 것을 소비자가 높게 평가해준 덕이다. 작년 말 오뚜기 전체 직원 3099명 중 36명만 비정규직 근로자였다. 그 비율은 1.16%.
오뚜기만 그럴까? 한국경제신문은 다른 식품기업의 비정규직 현황을 살펴봤다. 지난해 식품업계 매출 상위 15개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전체 직원 수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 비율은 평균 4.3%에 그쳤다. 비정규직이 전혀 없는 회사도 있었다. 15개 사 비정규직 비율은 제조업 전체 평균(8.5%)의 절반 수준으로, 전 업종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식품업계가 지닌 고유한 특성 때문에 비정규직 비율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포함한다. 비정규직에는 단시간 근로자를 제외하고, 근로 기간을 정해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근로자가 포함된다.
◆비정규직 1%대 기업도 수두룩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 5464명 중 109명으로 1.99%에 불과하다. 15개 기업 중 비정규직 비중이 가장 낮은 기업은 SPC삼립이었다. SPC삼립은 전체 근로자 1337명 중 비정규직이 한 명도 없었다.
식품업체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속 줄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비정규직 직원 비중이 2015년 15%대였으나 올 들어 7%대로 낮아졌다. 롯데제과도 이 기간 10%대에서 8%대로 떨어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경영혁신안을 발표하면서 “향후 3년간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이후 생긴 변화다.
비정규직이 적은 것은 근속연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들 15개 기업의 평균 근속연수는 8.8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속연수가 10년을 넘는 기업은 롯데제과, 농심, 하이트진로, 롯데푸드, 삼양사 등 다섯 곳이었으며, 이 중 하이트진로가 13.2년으로 가장 길었다.
◆비정규직 고용에 따른 실익 적어
식품업계의 비정규직 비율이 다른 업종보다 낮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가장 유력한 분석은 비정규직 활용으로 얻는 비용 감소 효과는 적고 고용안정을 통한 효과는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은 품질뿐 아니라 안전과 위생이 중요해 근로자가 회사에 애정을 갖는 게 더 큰 효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고가 한번 나면 제품 리콜에 드는 비용과 브랜드가 받는 타격이 크기 때문에 회사 로열티가 어떤 업종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판매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서 일하는 직원 한 명의 능력이 매출과 직결되는 특징이 있다. “식품업계는 수많은 사원이 소비자를 직접 응대하고 마케팅할 수밖에 없다”며 “승진 등이 막혀 있는 비정규직 직원과 정규직 직원의 업무성과 차이는 크다”고 설명했다.
안전도 중요한 이유다. 식품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정기적으로 위생과 건강 점검을 받는다.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해 근무 인원이 자주 바뀌면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보안 때문에 정규직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제품 단가가 다른 업종보다 높지 않고, ‘미투 제품’을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해 ‘한가족’으로 키우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식품 회사 중 급식업체도 단기간 근로자를 제외하면 비정규직 비율이 높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A대기업 단체급식을 할 때 매일 두세 끼니를 제공하는데 구내식당에서 직원들이 하는 얘기나 다음 사업장 정보 등이 이 과정에서 쉽게 새어나갈 수 있다”며 “보안 유지를 위해서라도 기간제 근로계약은 가급적 피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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