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 국제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미국 GE와 독일 지멘스는 세계 제조업의 ‘100년 맞수’다. 한때 가전 분야에서 자웅을 겨뤘다. 중전기 분야에서도 미국과 유럽의 자존심을 걸고 싸웠다. 지금 이들은 사물인터넷(IoT)에서 운명을 건 한판 싸움을 치르고 있다. IoT를 위한 기기는 물론 공장 전체를 패키지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인공지능(AI)시대 제조 서비스업 주도권을 쥐는 게 목표다. 부르는 이름도 다르다. 지멘스는 ‘산업 4.0(Industrial 4.0)’이라 부른다. GE는 ‘산업인터넷(Industrial Internet)’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IoT 서비스는 70%가 겹친다는 보고도 있다.
당장 GE가 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처럼 보인다. GE는 지난해 이 사업에서 전년 대비 20%의 매출 증가를 이뤘다. 올해 벌어들일 돈은 10억달러(약 1조1230억원)가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개발자만 2만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GE는 일찌감치 항공기 엔진을 만들어 왔다. 항공기 엔진은 기계산업으로 볼 수 있지만 온갖 전자장치가 들어가고 첨단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지상국 관제소와의 통신 시스템도 필요하다. GE가 자랑하는 IoT의 운영체제(OS) 프리딕스(Predix)는 이런 기반에서 만들어졌다. 기기와 SW,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핵심 역량을 쌓았다. 이들이 구축하는 IoT는 공장 기기들의 네트워크화요, 개방성이다. 이런 네트워크로 연결된 협력 기업만 650여 개다. 이들 기업은 설계에서 제조 운영까지 GE의 틀 안에서 협력한다.
지멘스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항공기를 만들지 못해 네트워크에서 뒤졌던 지멘스다. 하지만 지멘스는 고도화된 공장자동화 구축으로 이를 이겨냈다. 무엇보다 표준화에 강점이 있는 게 지멘스다. 설계에서 부품 조립 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위한 최적의 맞춤형 공장 구도를 제시한다. 독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멘스를 밀고 있는 것도 큰 강점이다.
이제 서로의 장점을 충분히 배웠던 터다. 지멘스도 프리딕스에 못지않은 OS를 갖췄고 GE도 지멘스의 장점을 충분히 익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후발 IoT주자도 이 시장에 참가하려 하고 있다. 2025년 이 시장은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0년 승부에서 누가 이길지 궁금하다.
오춘호 국제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