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끝나도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는 계속될 겁니다.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미국의 대외적 시각이 변했다는 얘기입니다.”
제럴드 커티스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 석좌교수(77)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지만 최소 4년간은 대통령직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계경제연구원이 이날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트럼프의 미국은 동아시아에 어떤 의미인가’를 주제로 연 강연회에서다.
커티스 교수는 대표적인 미국의 동아시아 전문가로 꼽힌다. 1년의 절반은 일본 도쿄에서, 절반은 미국 뉴욕에 살며 미·일 관계 등을 연구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장도 지냈다.
커티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보다 미국 유권자들이 왜 그를 선택했는지가 중요하다”며 “정치 주류에 대한 미국인들의 환멸과 함께 소득 불평등 심화, 인구학적 변화 등의 지각 변동이 미국의 대외적 시각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끝나면 미국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파에서든 좌파에서든 대중영합주의 후보가 나타나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커티스 교수는 미국 사회의 관용과 여유가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내 이민자 증가가 미국인들의 배타성을 키웠고 자유무역협정(FTA)이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인식은 점차 커졌다”며 “더 이상 경제 분야에서 미국이 확고한 강국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과거엔 미국의 리더십이 전 세계 안보와 성장을 이끌었지만 그런 시대는 끝났다는 의미다.
그는 “이럴 때일수록 한국이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티스 교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이 커졌지만 존중 받는 강국의 위상을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되 중국을 끌어내기 위한 친중 정책을 동시에 취하는 게 현명하다”고 덧붙였다.
리더십의 부재, 권력 분산의 시대에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에서는 관계 국가가 너무 많아 명확한 정치 노선이나 의제에 대한 목표를 공유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며 “이슈별로 해당 국가들이 모여서 공통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 연대 관계 형성에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지일파(知日派)’라 자칭하는 만큼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하나의 모범 사례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트럼프 정부는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아베 총리처럼 미국이 하는 일에 대해 존중한다는 태도를 취하면서 지속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끈끈한 ‘유대 외교’를 앞세운 아베 총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커티스 교수는 또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만나고 대화하면서 한미 FTA도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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