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드 추가 배치 시급한 사안 아니다…환경영향평가 뒤 결정"

입력 2017-06-07 18:07
수정 2017-06-08 06:26
박근혜 정부 결정 존중하되 '절차적 정당성' 확보 강조

청와대 "기존 배치 2기 철회는 없다"
전체부지 70만㎡ 대상 환경평가
속도조절…미국·중국 협상 '지렛대'로

범정부 환경영향평가 TF 구성
국무조정실장이 팀장…매주 회의
감사원 '사드 배치 과정' 직무감찰


[ 정인설 / 김기만 기자 ]
청와대는 7일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한 뒤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지난 4월 성주골프장에 배치한 2기 발사대는 환경영향평가와 관계없이 철수하지 않고 계속 운용하기로 했다. 총리실은 범정부 차원의 사드 환경영향평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다. 감사원은 국방부를 상대로 사드 배치를 서두른 배경에 대해 직무 감찰을 벌일 계획이다.

◆“환경평가 생략할 만큼 급하지 않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가 사드 배치 부지에 대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미 배치된 2기 발사대는 철회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드 부지에 추가로 발사대 4기의 배치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진행된 사항에 대해선 어쩔 수 없지만 추가 배치 부분은 환경영향평가가 끝나야 결정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드 배치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환경영향평가를 생략할 수 있을 정도로 긴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존중하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령대로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다시 하겠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환경영향평가 적용 대상을 주한미군에 제공한 전체 부지(70만㎡)로 판단했다. 대법원이 2006년 6월 환경영향평가 대상을 전체 사업 부지로 판결한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국방부는 그동안 미군이 사드를 운용하는 사업부지(10만㎡)로 평가 대상을 한정했다. 면적이 33만㎡ 미만인 만큼 6개월 내 끝나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규모인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국방부가 70만㎡의 땅을 두 차례 나눠 미군에 제공하려 했고 기형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는 거꾸로 된 U자형의 말발굽 모양의 부지를 공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방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맞추기 위해 설계도도 없는 상태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청와대가 연일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 배치에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향후 중국 및 미국과의 외교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그것을 카드로 미국 중국 북한과 대화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 감사받는 국방부

총리실은 이날 사드 배치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범부처 합동 TF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국무조정실장이 팀장을 맡고 국방부 차관, 외교부 1차관, 환경부 차관, 국조실 1, 2차장 등 관계부처 차관이 참여한다. 8일 차관회의 직후 첫 회의를 여는 등 매주 1~2회씩 모여 적정 환경영향평가 시행 방안을 논의한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대해 직무 감찰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국방부가 사드 배치 과정에 대해 경위 파악을 하겠지만 국방부 자체 조사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국방부가 감사원에 직무 감찰을 의뢰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천안함 피격 사건이 일어난 2010년에도 감사원에 직무 감찰을 의뢰해 감사원 감사를 받았다.

신임 국방장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서주석 국방부 신임 차관이 사드 자체 조사를 지휘할 방침이다. 서 차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필요한 정보와 대책을 공유하고 공감할 때만 일관되고 통합된 국방정책을 만들 수 있다”며 “국민이 주인인 이 시대에 국방 가족 여러분도 주권자인 국민에게 보고하고 대화하면서 정책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사드 보고 누락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방부의 폐쇄적인 소통 문화를 개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사드 배치는 한·미 군사 당국의 합의하에 이뤄졌는데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아 조사한다고 하니 조직 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

정인설/김기만 기자 surisuri@hankyung.com